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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피포 Feb 29. 2024

추리물에 빠지면 섭섭할 사이비 종교

크라임씬 리턴즈, 많관부

추리소설에 단골까지는 아니만 간혹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사이비 종교이다. 사이비 종교가 등장하는 순간 극적 긴장감은 한층 배가되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졸작이 탄생할 위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사이비 종교는 소재로서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추리 소설의 명가인 일본에서는 다양한 소재의 소설이 나온다. 당연히 사이비 종교를 다루고 있는 추리 소설도 있다. 오늘 얘기할 작품은 @세온 작가님께서 강추한 바 있는 시라이 도모유키가 저술한 <명탐정의 제물>이다. 먼저 추천글부터 보자.

 


이 소설에 대해서는 워낙 평을 잘 써주셨으니, 여기서는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 '인민사원 집단자살 사건'에 대해서만 간단히 언급하겠다. 소설에서는 실제 인물, 협회, 사건 등과 연관이 없다고 하지만,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이건 인민사원 집단자살 사건을 녹여낸 소설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도 끔찍하면서도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남아있는 인민사원 집단자살 사건은 1978년 11월 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라는 작은 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단 자살 및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인민사원(Peoples Temple)이라는 종교 단체와 그 지도자 짐 존스(Jim Jones)에 의해 발생하였다.


인민사원을 설립한 짐 존스는 이상 사회 구축을 목표로 가이아나 오지에 '존스 타운'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었고, 미국 내 비판과 법적 제재를 피해 짐 존스와 수백 명의 추종자들은 가이아나로 이주한다. 문제는 1978년 미국의 하원의원인 레오 라이언이 진상조사를 위해 존스 타운을 방문하며 벌어진다.


외부 조사원과 갈등으로 인해, 짐 존스는 라이언 의원을 비롯 조사단을 살해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 자살을 명령한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독극물이 투여되고, 이 사건으로 9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다. 당연히 전 세계는 큰 충격에 빠지고, 이후 사이비 종교와 집단 자살에 대한 논의 방향이 급격히 바뀌게 된다.


인민사원의 거주지 존스 타운 (대학살 사진은 너무 끔찍해서 안 가지고 옵니다)


<명탐정의 제물>에서도 종교 지도자 이름이 짐 존스에서 짐 조든으로 바뀌었다 뿐이지, 실제 사건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일본인 탐정 두 명과 조사단의 개입으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직접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추리소설의 저변이 훨씬 얕은 편이다. 그럼에도 훌륭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전에도 한 번 추천했던 판사 출신의 도진기 작가가 쓴 작품은 한국형 추리소설로 꽤나 인기가 많다. 특히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받은 작품인 <유다의 별>은 언제나 추천하고 다니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다의 별> 역시 사이비 종교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사이비 종교는 '백백교'로 일제강점기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백백교의 교주 전용해는 종교사기, 재산갈취, 성범죄 등을 저질렀고, 신도 350여 명을 살해 후 암매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 백백교를 다룬 SBS 꼬꼬무 / (우) 백백교가 소재로 등장하는 유다의 별


<유다의 별>에서는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백백교 교주 전용해가 살아있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실제로 백백교 사건 종결 이후 전용해의 머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계속 보관하고 있었다가 2011년이 되어서야 화장을 하는데, 이러한 실화 역시 소설에 아주 잘 녹아있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번의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유다의 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사이비종교 소재 추리소설이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갑자기 사이비종교가 등장하는 추리소설 두 권을 소개한 것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레전드 추리 예능 <크라임씬>의 새로운 시즌, <크라임씬 리턴즈>를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크라임씬>은 용의자와 탐정이 된 참가자들이 증거를 기반으로 범인을 찾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이다. JTBC에서 시즌 1~3가 방영된 바 있으며, 추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아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추리라는 소재 특성상 화제성 대비 시청률이 크게 높지는 않았으며,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커 더 이상의 속편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나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등장인물과 관련된 이야기와 증거를 만들어서 녹여내야 하기에 작가진들의 고생이 너무나 컸던 것도 다음 시즌이 불투명한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크라임씬이 돌아왔다. 다시는 안 올 것이라 생각하고 시즌 2, 3을 틈만 나면 정주행(정주행 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시즌 2부터 하시길)했던 나로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크라임씬 리턴즈>는 기존 한계를 띄어 넘고자 OTT 채널인 티빙에서만 공개를 한다.


2024년 2월 29일 현재 <크라임씬 리턴즈>는 네 번째 에피소드까지 공개되었는데(3/1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 공개), 최근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바로 사이비 종교이다. 글 서두에 사이비종교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소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크라임씬 시리즈 최초 시대극인 '교주 살인 사건'에서는 사이비 종교인 선선교가 등장한다. 춤을 춰서 승천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선교와 이를 둘러싼 총독부, 친일파 등의 사건은 꽤나 흥미롭게 짜여 있다.


<크라임씬 리턴즈> 에피소드 4


<크라임씬 리턴즈>는 티빙에서 공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등극했고(나도 이거 보려고 티빙 가입), 공중파 포함 전체 예능 중 화제성 1위도 차지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홍보글을 쓰는 건 더 대박이 나야 다음 시즌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시즌 호불호가 조금 있긴 하지만, 팬들이 하는 공통적 얘기는 다시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OTT로 오면서 스케일이 엄청 커졌고,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가 함께 진행이 되며 보는 흥미를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이번 3.1절 연휴 크라임씬 리턴즈와 함께 하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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