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니 Sep 12. 2024

넝쿨째 굴러온 내 시가족

8. 가족+가족= 더 가깝고 더 뜨겁게 동행하는 사람들

결혼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관계가 넓어지더라. 엄마의 단출했던 가족관계가 갑자기 확 늘어버렸어. (원가족 2명. 시가족은 14명)

그야말로 결혼과 함께 넝쿨째 굴러와 버렸지.


처음엔 힘들었어. 결혼 전에 시엄마가 알게 모르게 날 반대했다는 사실에 사소한 일에 화가 나기도 했고 반대급부로 오히려 시댁에게 인정받고 싶기도 했지. 뒤늦게라도 허락받고 싶은 느낌 등등의 헛된 마음으로 처음에는 모든 일이 너무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졌어.


엄마도 아직도 시행착오중인데, 관계라는 게 그리 복잡하고 답이 있는 게 아닌 거 같아.

그냥 같은 길을 함께 동행한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


엄마는 시댁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매우 컸나봐. 그래서 매번 노심초사.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스스로 상처 받고 무심코 한 말 한마디에 상처가 된 적도 많았던 거 같아.

근데 그건 엄마가 관계에 대한 신뢰, 믿음이 부족한 탓도 있을 수 있어.

부모님과 여타 우리 시댁 식구들 역시 절대 엄마에게 상처를 주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없거든.

오히려 떡 하나 더 주려하고 울타리가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분이야.

물론 인식의 차이도 있고 세대차이도 있지.

근데 그런거 없는 관계는 없거든.

모두가 그런 차이를 나누며 살아가는 거야.


알콩아, 가족이라면 일단 믿어도 돼! 친구들보다 더 남는 건 가족밖에 없단다. 핏줄이잖아.

친구들은 절연이라도 할 수 있지만 가족은 그게 안 돼.

사실 가장 믿어야 할 건 가족이고 타인도 더 믿어도 돼.

믿음을 가졌던걸 후회해서는 안 돼.

사소한 상처가 있더라도 우린 신뢰와 사랑을 저버리면 안 돼.

용기를 버리면 안돼.

그것 없는 인생은 정말 지옥이거든. (물론 너의 외할아버지처럼 치명적인 잘못과 상처를 준 사람까지 사랑하란 뜻이 아냐~ 그런 가족은 가족이 아니지. 하지만 살면서 소소한 상처는 피할 수 없다는 거지.)


가족은 무엇일까? 어릴 적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면 좋지만 (그건 교과서적인 이야기야) 가족은 그냥 서로 다른 타인이 북적대며 삶을 배우는 거겠지. 

다만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보다는 더 가깝고, 그래서 조금 더 뜨겁게 동행하는 거겠지.

그것도 평생은 아니지. 인생에서 정말 잠시야.

아주 잠시 함께하면서 인생을 배우는 거겠지.


가족은 그럼에도 진심 앞에서는 그나마 타인보다는 내 편이 되어주겠지. 그게 가족이지.

정말 큰 위기 앞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게 진짜 가족이지.

서로 다른 존재이고 다양한 입장이 부딪히고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사회생활과 다를 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의무나 책무가 아닌 그저 가까운 존재들.

가까워서 더 부딪히는 존재들.

타인보다는 조금 더 가깝게 동행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는 사람들이겠지.

나의 바램을 채워주지 못한다하여 결코 나쁜 게 아니지.

내 바람은 내가 스스로 채워야 하니까.


근데 또 가족들끼리 정치문제도 다르고, 세대차이로 갈등도 많이 생기거든.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하고 서로 의견이 너무 다르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손절해야 할까?

일단 큰 갈등 앞에서 용기 내어 잘 설득한다면 진심이 통하고 한 발자국 씩은 양보할 거라 믿어야지.

그렇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가족이 아니라 사회관계지.


엄마는 우리 가족만은 더 큰 위기 앞에서 똘똘 뭉치고 자신을 양보하는 진짜 가족일 거라 믿어.

그때 가서 아니라면? 그럼 그때부터 사회관계로 대하면 되지 뭐.


그러니까 사소한 갈등 앞에서는 모두 나와 같기를 바라지 말고

서로 입장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서로 다름을 배우자.

존중하자.


나의 바람이나 듣고 싶은 말은 스스로 알고 있으니 스스로 해준다면 관계는 훨씬 더 명쾌해져!




발 밑에 뿌리가 연결되어 있어요.



“가족은 나의 존재, 내가 좋은 사람임을 확인시켜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건 스스로 할 것”

“관계는 절대 내 위주 일 수 없다. 착각마라! 분리하라! 관계는 계속해서 변한다.
그 흐름과 변화에 유연해지길!!”

‘가족에게 의존하지 말 것. 바램을 투영하지 말 것! 분리할 것!
그럼에도 믿을 것! 사랑할 것!’

‘가족은 이러이러해야한다’는 틀을 정하고 스스로 그걸 바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세상에 정해진 규칙은 없다. 정해진 인간상도 없다. 내 바람은 스스로 해결하라.'

가족은 가장 가깝게 삶을 동행하는 존재들이다. 그 만큼 부딪힌 수밖에 없다.
현명함과 지혜로 무장하여 그 길이 즐거운 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전 07화 내 아버지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