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너의 외할아버지이자 나의 아빠에 관해
앞서 말했듯이 엄마는 아빠가 없었어.
알콩아, 세상에는 수많은 가족의 형태가 있단다.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지병으로 돌아가시기도 하고, 사랑했지만 헤어지기도 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고 너에게 익숙한 엄마, 아빠, 아이라는 정상적인 조합이 아니라고 해서 절대 이상하거나 잘못된 건 아냐.
네가 자라날 세상은 좀 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질 거야.
어릴 적에 엄마는 남들과 다른 가족의 형태라 하여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야.
다만 이 부분에 있어 엄마는 외할머니와 터 놓고 소통하지 못해 답답했어.
마치 내게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거라고 으레 짐작했지.
너는 그러지 않길 바라.
항상 불안한 일이 생기면 확인해야 돼.
그게 혹여 좋지 않은 일이라 하여도 마음속에서 더 부정적으로 짐작하고 단정 짓는 것보단 훨씬 나은 일이야. 확인을 해야 대처를 할 수 있단다. 세상에 대처하지 못할 일은 없어.
하지만 엄마는 어렸을 때 두려웠어.
내가 만약 버림받은 존재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에 어린 나이에는 답을 내리지 못했거든.
근데 커보니까 알겠다. 설사 버림받고 거부받았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어.
거부한 그 사람의 잘못인 경우도 있거든.
그 사람이 성숙하지 못했고 그 사람이 못나서 생긴 일인데
우리가 못난 사람에게까지 잘 보일 필요는 없잖아.
중요한 건 스스로를 거부하지 않는 거야.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의 편이 되어줘야 돼.
그리고 본인의 마음은 자기가 잘 알도록 노력하고 점 차 스스로 다독일 수 있어야 돼.
엄마도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거부받은 적이 있어.
근데 그 사람이 그랬다 한들 내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거든.
그 사람만의 입장이 있을 수 있고, 그 사람이 모자란 것을 그것까지 내 책임으로 두면 절대 안 돼!
타인 역시 우리만큼 엉터리고 부족하고 각자 자기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
그런 타인에게서 답을 찾으면 안 돼.
하지만 정말 울타리가 되어줘야 하는 가족이나 가족 같은 사람에게서 거부당하거나 미움을 받는다면
그건 정말 아픈 일이겠다.
그럼에도 괜찮아. 가족도 때론 완벽할 수 없는 인간에 불과하단다.
가족이라고 무작정 다 내 위주로 돌아갈 수 없어.
가족도 그저 타인에 불과해.
물론 엄마는 너와 최대한 합의를 하고 소통을 잘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알콩이 역시 이걸 기억하길 바라.
아무리 가족이라도 우린 다 다른 존재이고, 갈등은 필연적이야.
갈등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맞춰 나갈 수 있을까?
혹은 대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되 절대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 탓이 아니야.
사람들과 불화와 갈등이 생기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야.
우린 모두 달라서 그래. 다른 존재라서 그래.
너의 책임이 아냐.
다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너는 널 꼭 지켜내야 될 의무가 있어. 그것에 집중하길 바라.
‘내 아버지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000님.
막상 인사드리려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당신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당신과 무관하게 이 생을, 그리고 나 자신을 어쩌면 당신까지도 아끼고 위합니다.
이 멋진 인생 멋지게 살아볼 수 있어서
꿈도 이루고 사랑도 이루고 아이도 가져보고
이 모든 걸 소중한 이와 그리고 소중한 나와 해나갈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한때 나의 꿈이었던 내 아빠에게.
내 딸의 탄생을 기다리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