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떠나도 괜찮아, 대체할 사람만 있으면
분리불안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집에 두고 나가면 난리가 나길래 분리불안인줄 알았는데.. 보호자가 떠나도 태연하게 처음 보는 다른 사람과도 잘 있는 강아지. 희한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 강아지는 분리불안이 아니라 고립장애일 가능성이 있는데, 우선 두 명칭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분리불안 (Dog separation anxiety)는 '특정 대상'과 분리되었을 때 극도의 흥분과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고립장애 (Dog isolated disorder)는 '혼자 남는 것' 그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보이는 행동이라 정리할 수 있다.
비슷한듯 다른 분리불안과 고립장애는 쉽게 이야기해서, 주보호자와 떨어졌을 때 그 자체를 견디기 어려워 하는 것을 '분리불안'으로 볼 수 있고, 주보호자와 떨어져도 함께 있을 수 있는 대체 가능한 다른 사람이나 혹은 동물과 있다면 불안해하지 않는 것이 '고립장애'라 할 수 있다.
분리불안처럼 보인다면, 보호자의 주도권이 강아지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주도권이라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강아지가 상황과 보호자를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보호자의 배려로 한 행동들이 강아지에게는 '우리 보호자는 힘이 없어서 나한테 다 양보하네' 혹은 '침입자를 내가 직접 통제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등의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달리 이야기하면 강아지가 '요구'하면 다 들어주는 보호자였고, 그 보호자가 떠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으니' 돌아오라고 표현하는 것과, 나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던 보호자가 없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서 보이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강아지의 분리불안은 온순하고 내성적인 강아지보다 그때 그때 자기표현을 하는 강아지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보면된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강아지가 통제해왔던 주도권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만든다면 보호자가 떠날 때 보이던 분리불안으로 보였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소거가 되기도 한다.
비슷한 증상처럼 보이지만 고립장애는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자기표현을 하기보다 비교적 온순하고 혼자 있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자립도가 떨어지는 강아지라고 볼 수 있고, 강아지의 타고난 성향과 기질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부모견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 수 있는 유전과 관련이 있다). 고립장애는 보호자가 아니어도 대체 가능한 생명체가 한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비록 대상이 강아지가 아니더라도). 분리불안에 고생하다가, 친구나 동생 강아지를 만들어주니 해결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해결책이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는 건 아니니, 섣불리 접근하여 더 힘든 상황을 만들지는 말자.
일단 분리불안과 고립불안 모두 정신적인 자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아지와 집에 함께 있을 때와 함께 있지 않을 때의 '분위기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의 익숙한 소음(TV 등), 스킨쉽 등이 보호자가 나간 후 이것들을 모두 접할 수 없게 된다면 보호자의 빈자리를 더욱 자각하게 되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와 함께 있을 수 없을 때의 차이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나는 이 경우 강아지를 룸메이트처럼 대해줄 것을 표현한다. 룸메이트와 집 안에서 어느정도까지 교류를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당연히 룸메이트를 내 무릎 위에 올리며 스킨쉽할 일이 없을 것이고, 룸메이트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지 않을 것이고, 방이나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면 나도 데리고 들어가라고 문을 두드리는 일이 없을 것이니 말이다.
특히 불안감을 많이 가진 강아지들일수록 흥분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칭찬을 할 때에도 차분한 목소리 톤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가장 중요한 주도권 교육'과 함께 '보호자가 없을 때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보조적인 역할이 될 수 있다 (먹을 것과 장난감). 불안이 심한 경우에는 혼자 남아있을 때 이러한 장난감이나 먹을 것 자체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심리적 불안을 가지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강아지이건 올바른 에너지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외부자극을 받을 수 있는 산책을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에 집을 벗어난 활동으로 충분한 에너지 소비를 하면서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