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에서 나왔다며 우리 콘도가 있는 길(Road)에 뎅기 모기가 두마리 나왔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헉~~ 뎅기?!”
그들의 방문은 여러 가지로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그 이름 뎅기(DENGUE)~~~
한때 모 연예인 때문에 알게 된 그 이름 뎅기는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모기라던데..
싱가포르 중에서도 숲이 많은 외곽지역에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나왔다고?
존재만으로 공포스러웠다.
두 번째는 “뎅기 모기로 이 동네에서 누가 죽었어.”가 아니라 “두 마리 발견했어.”라니..
이 문제로 일일이 집집마다 이렇게 찾아다니며 경고를 한다는 게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다.
그만큼 뎅기 모기가 위협적이고 무섭다는 뜻인가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러 나가다 보니 엘리베이터 버튼 옆에 “DENGUE ALERT AREA”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2주 동안 더 조심하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다녀간 그 사람들은 싱가포르 환경부(NEA, National Environment Agency) 소속의 사람들인 거 같았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콘도 주변에 벌레 퇴치용 약을 뿌리는 걸 봤는데 그래서구나 싶었다.
안내문에는 그림과 함께 어떤 곳을 살펴야 하는지 설명되어 있었다. 주로 물이 고여있지 않게 살피라는 안내였다.
(사진 출처 : SINGAPORE NEA, National Environment Agency)
몰랐으면 모를까 듣고 보니 괜히 무서워서 창문도 못 열겠고 날아다니는 무언가만 봐도 혹시 모긴가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천장이 아주 높은 콘도라 벽에 벌레가 붙어도 잡을 방도가 없어 더 예민하게 몸을 사렸다. 수영하러 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2주 동안은 조심해야 할거 같다고 달래야 했고 모기 기피용 스프레이를 사다 열심히 뿌리고 다녔다.
우리나라 창문엔 방충망이 잘 설치되어 있지만 싱가포르엔 방충망이 없다. 엄청나게 덥고 벌레도 많은데 왜 방충망이 없을까 너무 아쉬웠다. 이럴 때 방충망이 있다면 창문을 열어둘 수 있을 텐데 싶고 처음 만난 이 상황에 어찌해야 하나 괜히 겁이 났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이틀 뒤에 일어났다.
그들이 집구석구석을 검사하러 다시 온 것이었다. 화분 키우는지, 어항이나 꽃병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화장실 변기며 개수구, 싱크대 아래쪽까지 모두 열어보고 확인하고 체크했다. 괜히 얼마나 무섭던지..
나중에 들어보니 이렇게 검사하러 왔을 때 고인 물 같은 곳에서 모기 유충이 나오면 엄청난 벌금이 나온다고 했다. 역시 벌금의 나라 싱가포르.. 우리가 머나먼 곳에 와 살고 있구나 하고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 일이었다.
참고로 싱가포르 NEA 사이트에 들어가면 뎅기모기 위험 지역이나 감염자 수를 확인할수 있다. 거리에도 지역별 위험 정도를 색깔로 구분해 현수막을 걸어 표시해준다. Green은 안전한 지역이고, 10 case 미만 지역은 Yellow, 그 이상의 위험 지역은 Red로 표시해 경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SINGAPORE NEA, National Environment Agency)
나중에 높은 층 다른 콘도로 이사를 갔는데, 설마 이렇게 높은 층엔 모기가 없겠지 싶었지만.. 이 나라 모기들은 엘리베이터 타고 잘도 올라왔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뎅기 모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 항공기 타고도 다니나 보다. 나쁜 건 제발 그만 퍼졌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