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 군것질 안하기 4일차
오늘은 친구가 옆옆집으로 이사와 짐을 들이는 날이다. 수요일은 오전근무만 해서 회사에 다녀와 학교 끝난 둘째를 데리고 장보러 갔다. 첫째는 반 친구 가족이 세계여행을 가느라 연 이별파티에 갔다. 마지막날 아이들을 봐주시다니 참 아름다운 이별이다.
장보러 가며 친구네 먹을 것을 좀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사하던 날, 짐에 사로잡혀 요리고 뭐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점심은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고 저녁은 미트볼이랑 감자수프를 만들어볼까 하고 빵 잔뜩, 다진고기 잔뜩, 감자 잔뜩 샀다. 1시 쯤이라 먹었을 법도 한데 묻지 않고 일단 샀다. '해줄까요?' 물었을 때 '해주세요'라고 말하게 하기 싫다.
이사 올 집을 기웃거렸는데 친구도 친구 차도 없다. 메시지를 남겼다. '점심에 샌드위치 만들어줄까요? 저녁은 우리집 와서 먹어요!' 연락이 없다. 정신 없겠지.
일단 내 점심부터 챙긴다. 바게트빵 길게 잘라 반으로 가르고 양면에 마요네즈와 꿀을 바른다. 슬라이스 토마토, 슬라이스 삶은 계란을 착착 넣어 맛있게 냠냠. 애매하게 남은 토마토 슬라이스가 눈에 밟혀 빵 조금 가져다가 모짜렐라치즈 추가해 또 냠냠.
두시 반 쯤 둘째 유도 수업 데리고 가는 길에 집에 있는 친구가 보였다. 점심은 맥도날드에서 먹었고 저녁은 이사 도와주신 시부모님과 먹어야 할 것 같다고. 2인분 샌드위치를 추가로 만드려고 잔뜩 산 빵은 누가 먹나? 깨와 호박씨 같은 것 잔뜩 붙어있어서 가족 아무도 안 먹는데. 별 수 없지. 다 내 꺼. 내일 도시락 왕창 싸가야겠다.
점심에 샌드위치에 꿀을 바르며 이것도 군것질로 봐야하나 고민했다. 아니다. 내가 정의한 군것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디저트류, 봉지과자와 식간에 먹는 음식이니까. 이번 100일간의 도전은 최소 조건을 하루 하루 백 번 완수하는 것이다. 기준이 높으면 쉽게 포기하게 될 것이다.
요새 한수희 작가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라는 책을 읽고 있다. 글 중 이런 문장이 나온다. "결국 꾸준함이라는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과 등을 맞대고 있다." 어떻게 내 상황에 꼭 들어맞는 문장을 만났을까 싶었다. 나는 지금 작고 좋은 꾸준함을 만들려 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도전의 크기를 줄인다. 크고 훌륭한 꾸준함을 만들려다가는 분명 무리하게 되어서 하루도 못 가 꺾이고 말 것 이다.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