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이 현실로 ..◆
“어이 길동! 나좀 보자”
“김 형사님! 왜요?”
“이리 와 보라니까”
어느 날 오후 늦은 시간 D호텔 입구로 들어와 지하 룸살롱으로 출근하는 홍길동(가명: 당시 37세)을 커피숍으로 불렀다.
호텔 룸살롱은 홍길동이 접대부 아가씨들을 고용하여 세를 얻어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있고 영업도 잘되었다.
조직폭력배들이 룸살롱에서 술을 먹고 주대를 안주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출근하는 홍길동을 불렀던 것 이었다.
이들은 조직폭력배들에게 주대를 달라고 하지 못하고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렇지 않고 외상으로 먹고 간 주대를 달라고 했다가는 부하들에게 부대끼어 영업을 하는데 상당이 지장이 있다.
그러한 사정이 있는데 사건처리 한다고 싸인지를 달라고 해서 줄 리가 없다.
제보를 하고 싶어도 뒷일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리와! 차 한잔 하자.”
“오늘은 한가하신 모양이네요..”라며 파트너가 있는 옆 의자에 앉았다.
“뭐 먹을래? 오늘은 내가 한 잔 사지..”
“아이구! 왠 일 이십니까?”
“내가 사면 안 되나? 하하하..”
차를 주문을 하며 인사치레를 하고 나서 갑자기 홍길동이 옆구리에 끼고 들어와 옆에 둔 검정색 손가방을 낚아챘다.
“아이고~ 이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한번 보자~~~.”
“어! 김 형사님! 왜 이러십니까?”며 빼앗을려고 달려 들었다.
“가만 있어봐 보고 줄 게.. 내가 뭐 도둑놈이가? 기다려봐”
손가방을 열어보니 약간의 현금과 손님들이 호텔 지하 룸살롱에서 외상술을 먹고 서명을 한 계산서가 많이 나왔다.
한 장씩 살펴보니 시내 이름 있는 조직폭배들이 몇 명 나와서 “됐다”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소문대로 조폭들이 외상술을 먹은 것 이었다.
후환이 두려운 홍길동은 안 된다며 커피숍내 다른 손님들이 보게끔 버티는 흉내를 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사건이 되고 나서도 형사들이 가방을 빼앗아 싸인지를 가져갔다고 폭력배들에게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사무실로 싸인지를 가져와 분석을 해보니 조폭들이 있어 우선 2명에 대하여 수사하기로 마음먹고 관내에 거주하는 1명에 대하여 내사에 착수했다.
대구의 서쪽에 위치하면서, 공장지역에 유일하게 D호텔이 생기면서 나이트클럽에 손님들이 많았고 영업이 잘되었다.
(본래 무슨 업소던지 영업이 잘되면 조폭들이 들 끓게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조폭들의 출입이 잦았고, 나이트클럽에 붙어 있는 룸살롱도 손님이 많았다.
손님이 많았지만 외상 손님이 많아 세를 주고 경영하는 업주는 불만이 많았다, 특히 시내 조폭들이 외상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말이 외상이지 거의 주대갈취라고 보면 된다.
관내 조폭 중 1명으로 부 두목급으로 이름은 박정균(가명 : 35세)이었다.
평소 매너가 좋아 선, 후배들이 많은 편이였는데 단속을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한번쯤 기를 꺽어 놓을만 했다.
싸인지를 보니 150만원 정도였고 한번에 외상을 한 것이 아니라 5회에 걸쳐 150만원 이었는데 ᆢ
외상 형태를 보면 70만원어치를 먹었으면 40만원은 주고 나머지 30만원을 외상하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전부 외상을 안하고 일부분만 한것이었다.
개인간에 거래였다면 정당한 상거래였다고 생각이 되지만 조폭들이 먹으면 주대갈취가 되는 것 이었다.
진술을 거부하는 업주를 달래어 우리의 의도대로 피해자 조서를 작성해서 신병 처리를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예를 들어 술값를 달라고 하면 ‘눈을 부라리며 겁을 주었다.’는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조폭들에게 겁을 먹고 주대받기를 포기 했다는 진술이 있어야 했다.
조폭들은 거의 야간에 움직이기 때문에 오전에는 주거지에 자고 있을것으로 생각을 하고 출근을 빨리해서 파트너랑 같이 00동 박정균 집으로 갔다.
주택가 2층에 있는 박정균의 집에 들어가자 잠을 자던 박정균은 깜짝 놀라 우리를 쳐다봤다.
“어이 박정균! 우리 하고 같이 가자.”
“왜요?”
“너 D호텔 룸에서 술을 많이 먹었던데..”
“뭐 술 먹는데 잘못된 것이 있나요?”
“누가 술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고 술값은 안주니까 문제지, 같이 가자”
“외상술 좀 먹었기로 이렇게 하면 됩니까?”
“빨리 옷이나 입고 가자. 가서 이야기 해..”
박정균을 검거하여 사무실에 인치한 후 조사를 시작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두목되는 문상삼(가명)이 사무실에 찾아와 과장, 계장을 만나고, 평소 인사를 나누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 선처를 부탁하고는 나에게 와서 좀 보자고 했다.
사무실 밖 조용한곳으로 가니
“김 형사! 당신 나를 잡을려고 얼마 전부터 움직였다는 것 아는데 그만 박정균 풀어 주시지” 라며 반말 비슷하게 빈정 되기에
“잘못한 게 없으면 괜찮을 것인데 왜 그러세요.”
“가세요” 하니 옆에 같이 따라온 부하 조폭 2명이 은근히 폼을 잡는 것 이었다.
그렇게 한다고 기 죽을 내가 아니었지만 ..
그사이 파트너인 배 형사가 가까이 와서 일행들을 손으로 밀어내며 “그만 가이소“라고 했다.
“두고 봐라 내가 꺼낸다”하고는 갔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두목은 모 국회의원선거 운동을 해주었고 보좌관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검찰로 보냈는데 누구에게 연락을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검사의 불구속 지휘가 내려와 일단 집에 보냈다.
괘씸하기 짝이 없었고 너무 분하였다.
선배나 상사들 한테 큰소리 쳤는데 쪽팔리게 되었다.
그래서 보강 조사를 한차례 더 받고 며칠 뒤 토요일 아침에 다시 오라고 했다.
제딴엔 불구속 될것이라 생각하고 폼 잡는다고 양복에 넥타이를 맨 신사복 차림으로 출석을 했다.
“이자슥이 이제 간이 배 밖에 나왔네 아직 사건도 안끝났는데 건방스럽게 넥타이를 메고 와.. 봐라 넥타이 풀고 저기 앉아.” 하며 넥타이를 풀게 하고 의자에 앉혔다.
형식상 간단한 조서를 작성한 수 후 바로 유치장에 입감을 시키고 오후에 대구 지검에 구속영장을 재신청 했다.
왜 토요일 오전에 오라고 했는가 하면 대구가 주거지가 아닌 법조인들은 거의 서울에 가족이 있어 금요일 오후가 되면 서울로 올라가서 로비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을것이라 생각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 오라고 하여 오후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지금은 인권을 지킨다며 그렇게 안되도록 사법체계가 바뀌었다.)
내 계산이 딱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하여 박정균은 구속이 되었다.
물론 주대를 갚고 합의서를 넣었지만 1심에서 1년 6월형을 받고 항소를 하여 2심에서 3개월 깍여 1년3월형을 받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시내 조폭들이 난리가 났다.
조폭들이 사소한 술값 외상으로 구속 되는것은 거의 없었는데 일이 벌어진것이었다.
“야 술값 얼마 되지 않는데 서부서에서 박정균을 구속시켰다.”고 소문에 소문이 이어지고 D호텔 룸살롱에 외상했던 조폭들이 다투어 외상값을 갚았다고 한다.
D호텔외에도 시내 유명한 룸살롱 싸인지는 조직폭력배들이 외상을 갚으면서 없앤것인지 돈이 없어 강제로 폐기시켰 는지 모르겠으나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외상 술값을 받아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폭들의 행동반경을 좁혀 놓게 되었고 두번에 걸쳐 간부급들을 구속시키자 나는 조폭들에게는 저승사자가 되었다.
그후 박정균은 세월이 지나 출소를 했고, 건달들의 길흉사시에 만나면 인사를 깍듯이 했는데 심야에 술을 먹고 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
안타까웠다. 어느 개인이 미워 사건을 했던 게 아니였기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물론 나에게 선처 부탁을 하였던 문상삼 역시 지병으로 사망을 했다.
조직폭력배들은 큰 이권개입을 위하여 움직일 때도 있지만 변변한 수입원이 없는 조폭들은 타지에서 온 손님(대부분 전국구 조폭들)에게 자신들의 체면을 살리며 허세를 부리기 위하여 룸살롱을 이용하는 것이 많았다.
지금은 이러한 주대갈 취사범들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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