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는 프로다.”
프로라는 말이 붙으면 그것은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된다. 취미로 즐길 때야 책임과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대충 해도 상관없으나 프로가 되면 돈을 받고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책임과 성과가 중요하게 된다.
때문에 즐기는 것보다 성과가 중요하게 되는 괴로움이 따라다니며, 프로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끊임없이 향상과 발전을 추구하지 못 하면 금세 도태 당하거나 욕을 먹는다.
프로선수들은 각자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실력이 떨어지면 몸값을 못 받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방출이 된다. 방출이 되면 프로로서는 사명을 다하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야 하는 냉혹한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철 밥통 공무원이라고 시키는 것만 해서는 자신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범죄꾼들도 나이가 들면 암흑의 세계에서 퇴출되기 마련이고 형사들도 정년이 다가오면 후배들에게 밀려 지구대, 파출소로 가서 퇴직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기 마련이지만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가 보면 승진을 할 수 있고, 조직에서 필요한 요원이 되면서 선택받는 형사가 된다고 본다.
핑계가 될지 모르지만 형사는 승진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고 발생을 하면 밤, 낮이 없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조용한 곳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 발생이 없더라고 당직 때 파출소로부터 인계, 배당받은 사건을 다음당직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하고 보고서 작성하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공부를 해서 승진하는 방법도 있지만 좁은 길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며 실적을 올려 특진을 하는 방법도 있다,
특진을 하면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아 베테랑이 되는 것이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죽은 고기는 먹지 않는 것과 같이 진정한 프로 형사는 파출소에서 넘겨주는 인계 사건이 아니고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범죄자들을 스스로 인지한 후 검거를 해야 한다.
앞에 연재한 '진짜 형사가 되는 길' 내용과 같이 혁혁한(?) 사건인지 능력을 배양시킨 조장은 범죄와의 전쟁으로 신설된 경찰청 폭력계로 인사 발령나서 가고 나는 경찰서에 신설된 강력반에서 조장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환상의 형사 파트너 편 참조)
나는 파트너와 같이 가족을 잊고 밤낮으로 사건을 쫓아다니면서 강도, 절도, 폭력배들의 갈취, 도박, 마약등 많은 사건을 했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렇듯 사건을 많이 하다 보니 상반기가 지나는 6월 초가 되어 대구경찰청 산하 경찰관들에게 특별승진 공적서를 올리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특별승진은 계급별로 다르지만 대구청 전체 5천 명이 넘는 경찰관중 경사는 2~3명, 경장은 4~5명 정도 특별승진이 된다.
형사만 시켜 주는 게 아니고 각 경찰서, 경무, 정보, 경비 생안등 분야별로 골고루 안배를 해야 하므로 각 경찰서에 1명, 운이 좋으면 형사는 1명 정도가 된다.
특진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조는 열심히 했기에 희망이 있었다.
이런 특별승진은 주로 신문이나 방송에 많이 보도가 되고 경찰서 이미지를 높인 경찰에게 주는 것이고 경장, 경사 각 계급별로 1명씩 신청을 했다.
우리 조는 그야말로 밤낮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형사계 자체에서 뿐만 아니라 경찰서 전체를 통해서도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경사 예정자는 내가 올리고, 경장은 조원인 배 00 형사가 올리게 되었다.
경찰서장 추천으로 지방청에 보고가 되고 감찰 기능에서 실적 확인(다른 형사들의 실적을 제 것 인양 부풀린 것이 있는지 확인)을 한 뒤 지방청 심사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데 조원인 배 00 형사는 경장으로 특진이 확정이 되었고 나는 밀려났다.
이때까지 한조가 같이 특진한 예는 전국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나는 부산송도 토막살인사건 검거로 조장하고 같이 특진한 예가 있음)
나는 조원이 특진한 것 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노숙차량전문절도단을 검거한 공적이 전국적으로 보도가 되면서 본청에서 연말 특진시기에 참고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두 달 뒤 다른 반에서 중기차량 전물 절도범을 검거하여 실적이 많은 서부경찰서에 특진을 시켜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노숙차량전문절도단은 우리 조가 했고, 중기차량 절도범은 선배인 김 00 형사가 했는데 누군가 하나는 양보를 해야 했다.
김 00 형사는 나보다 11세나 많은 선임이었지만, 평상시 실적은 차이가 있었다.
그 선배가 나를 보자고 하더니
“김 형사! 자네는 나이도 젊고 하니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고 해서 나한테 특진을 양보하면 안 되겠느냐?”라고 하여 나는 그 선배에게
“형님은 나이가 있어 이번에 승진을 하면 끝이지만 나는 앞으로 계속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양보를 할 수 없으니 형님이 양보를 해주시지요.”라고 했다.
둘 다 양보할 의사가 없어 간부들은 난감하게 되었다.
당시 서장님이 김 00 선배 형사의 동향이고 고교 선배라서 서장님한테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서장님이 대상자 둘이의 실적을 통계 내어 보고 하라고 했는데 실적을 따지니까 김 선배는 담당파출소 사건까지 다 합쳐서 나의 실적 1/10밖에 되지 않자 서장님이 과에서 결정을 하여 보고 하라는 지시를 했다.
당시 과장님은 유명한 탤런트 모양의 사촌이었다.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서울에서 근무를 하다가 경정 승진 후 대구에 내려왔는데 곧 다음 인사에 서울로 다시 가게 되어 있었다.
김 00 선배는 나보다 나이나 경력으로 보아 한참 선배이고 보니 근무를 하면서 부동산 투자등으로 재력을 모았고, 수완도 좋아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니 과장님은 나를 승진시켜 덕을(?) 보는 것보다 김 선배를 승진시켜야 덕을 볼 것 같으니까 김 선배를 미는 것 같았다.
실적으로 따지면 게임이 안 되니 형사 반장들을 상대로 투표를 하게 되었는데 그전에 서약서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반장들 투표로 승진결정이 되면 승복을 하고 더 이상 이의를 제기치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서약서를 안 쓰겠다고 했다.
내가 잠도 안자며 사건을 하면서 고생도 하고 실적도 많은데 왜 반장들 인기투표에 따라야 되느냐며 버티었더니 평소에는 나를 “어이 김 00”라며 이름을 부르고 하대를 하던 김 선배가 나를 조용히 부르더니
“어이 김 형사! 우리 이거 작성해 주자 뭐 별것도 아닌데..”라며 나를 회유하는 것이었다.
김 선배는 투표권자인 형사계장, 서무반장, 그리고 반장 6명 중 우리 반장을 뺀 5명에게 로비를 다해놓았으니 당연히 자기가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반장 투표를 밀어붙였던 것이었다.
자꾸 약을 올리며 서약서를 작성해서 내주자는 것이었다.
“에이씨 사나이가 못 할게 뭐 있냐?”며 서약서를 작성해서 같이 과장실에 들어가 과장에게 제출하며 반장투표에 승복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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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가 되면 모든 국민들 활동이 줄어, 사건, 사고가 많이 없지만 경찰은 매년 년 말부터 시작한 승진, 인사 를 시작하여 제일 하부 조직인 지구대, 파출소 까지 조직이 완비 될 때 까지는 정중동 상태이다.
(대개 2월 초에 종결됨)
총경이상은 심사만으로 승진을 하고 경장부터 경정까지는 심사와 시험이 한꺼번에 이루워진다.(심사 결과가 나오고 약 일주일 뒤 승진 시험을 치는데 경정은 전국 단위로 결정하고 그 이하는 각 경찰청 단위로 합격 순위를 정함)
승진 후보자들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시험대여서 신경들이 엄청 날카로워져 있다.
혹, 주변에 경찰관이 있다면 많은 응원을 해주세요.
이번 글은 승진이 어려운 시기에 이룬 일 임을 유의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