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키 170센티미터에 25살의 어딜가나 흔히 볼 수 있는 얼굴형을 가지고 있다. 학력도 수도권으로 평범하고 영어성적도 700점으로 평범하고 직장도 그냥저냥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런 내 취미는 인터넷 탐방 인터넷은 재미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와 같이 회사생활을 끝마치고 인터넷을 탐방하고 있었다. 인터넷엔 없는 것이 없었다. 인스타 스타의 불륜 이야기라던지 인터넷 커뮤니티의 남혐 떡밥이라던지 여초 커뮤니티의 여자화장실 몰카 사건 공론화라던지 없는 것이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인터넷을 탐방하다가 유튜브 사이버 렉카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렉카는 어떤 여성 인터넷 방송 비제이가 남혐 발언을 했고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혐 단어를 썼다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었다. 내용은 듣다보면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물론 당사자의 증언은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 여 비제이의 문제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별 내용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사이버 렉카 유튜버가 이건 남혐 용어고 남혐 발언이라고 하고 댓글에서도 그에 호응하여 남혐이라고 난리가 나자 난 그것이 진실이라고 차츰 믿기 시작했다.
나는 정의감에 도취되어 영상을 계속해서 남초 커뮤니티에 퍼 날랐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는 군대 다녀왔는데 저딴 년을 지켜주어야 한다니 한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온갖 욕과 패드립이 달렸다. 그런 욕과 패드립이 달린 것은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 뿐만이 아니었다. 유튜브 댓글창에도 욕과 패드립이 달리기 시작했다.
욕과 패드립 뿐만이 아니었다. 남자가 얼마나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지에 대한 장문의 댓글들이 유튜브 댓글창에 달리고 좋아요를 많이 받기 시작했다. 그 댓글을 보다보니 나도 분노가 일었다. 나도 군대 다녀와서 뺑이치고 군 가산점도 여성가족부의 반대 때문에 못받았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그 여성 비제이에 대한 혐오가 극도로 상승했다. 그 여성 비제이는 남혐을 일삼고 남자를 무시하는 개 같은 여자라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여성 비제이에 대한 공격 영상을 처음으로 올린 사이버 렉카 유튜버는 후속 영상을 올렸다. N번방 방지법 때문에 2D 영상물도 규제된다는 소식부터 군 가산점제를 도입하자는 정치인이 여초 커뮤니티에서 비난받는다는 소식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페미니즘과 pc(정치적 올바름)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퍼 날랐다.
난 사회에 분노했다. 그래서 그 여성 비제이에게 부고 소식만 들려주라는 댓글을 썼고 sns디엠으로 죽으라는 댓글을 보냈다. 이건 정의로운 행위니 괜찮았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남성이 페미니즘에 의해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에 대해 설파했다. 물론 거기에는 페미니즘의 역사나 의미 같은 것은 몰랐다.
내가 계속해서 그 여 비제이를 괴롭히자 그 비제이 박헌영은 디엠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게 재미있으시나요? 당신들은 살인자야.”
그리고 그 다음날 그 여자 박헌영이 죽었다.
그 여 비제이 아니 박헌영이 죽고 문제의 사이버 렉카는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비난 여론에 찔린 나도 관련 댓글과 디엠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모든 영상들과 댓글들은 캡처가 되었고 이제 우리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인터넷에서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이는 대부분 현실 찌질이라는 프레임이 붙었으며 관련 악플이 달렸다. 그리고 그 악플에는 부고 소식만 들려달라는 내 댓글을 같이 첨부했다.
내가 찌질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엄연한 직장이 있고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를 포함한 그녀를 조롱했던 이들은 똑같이 조롱대상이 되었고 그건 현재진행형이다.
어떤 이는 이번 사태가 인터넷 사이버 불링의 폐해라고 말했고 어떤 이는 이번 일은 인터넷 여성 혐오가 불러일으킨 참사라고 말했다. 사이버 불링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글쎄 그 다섯가지 단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의 페미니즘?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논란이 되었던 정의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이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모르면서 아는 것마냥 떠들어댔다. 그리고 그걸로 무고한 사람 한 명을 죽였다.
웃긴 사실은 또 하나 있었다. 진짜로 혐오 발언을 내뱉는 관종 유튜버나 정치 렉카는 살아남았던 것이었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정치 렉카나 여성을 성희롱하고 그걸 장난 전화로 송출하는 관종 유튜버는 컨셉이라고 넘어가고 정작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의 실수 같은 것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었다. 그게 더 조회수가 된다는 이유로 그게 더 화제가 된다는 이유로 왜냐하면 진짜 악당은 의외성이 없으니까.
인터넷 세상에 환멸이 난 나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인터넷의 소란스러움과 다르게 진짜 세상은 정말로 평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