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과 교육청은 교사 편이 아니다.

학교 사회

by 반짝이는 별

고향 모교를 떠나 타시도 내신을 내 경기도로 왔다. 장거리 차를 타고 오느라 차멀미를 심하게 했다. 2월 중순이라 봄이왔다는데 춥기는 또 얼마나 춥던지 며칠 앓는 동안 남편에게 학교 들러 인사라도 드려 달라 부탁했다. 눈치라곤 약에 쓸려도 없는 사람이다. 두 바보가 살고있다. 아파서 못온다는 말을 전하니 교장은 싫은거다. 이미 학교에 장애교사가 한분 계셨다. 몸을 추스리고 학교에 갔다. 담임 배정과 업무 분장이 다 끝난 후였다. 괘씸했는지 고학년에다 자질구레한 업무를 예닐곱 종류 몰아 주었다. 나중엔 중요한 업무도 아닌데 공문이 자주 오고 결재 맡기 위해 자주 찾아가니 미안해했다. 양호 업무가 들어 있었다. 2학기에 교사 증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때 업무를 떼어내 주겠다신다. 여긴 매일 아침마다 수업 시작 전 직원 조회를 한다. 월요일엔 국기에 대한 경례와 국기에 대한 맹세도 한다. 어떤 날은 1교시 수업시간을 다 잡아 먹도록 선생님들에 대한 책망을 이어갔다. 진심을 다해 들었나보다. 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힘이 탁 팔리네 나도 모르게 말했다. 모두들 나를 쳐다봤다. 교장도 머쓱해 한다. 눈치 없는건 잘 안다. 그러나 나쁜 의도는 전혀 갖지 않는다. 무의식중에 한말이다. 누굴 들으라는 말도 아니다. 그럴 머리가 없다. 노처녀 선생님과 동학년 남자 동료는 내 성향을 잘 안다. 소리없이 웃어준다. 가끔은 백치같다는것도 단순하다는것도 알고 있다. 벌써 다들 파악했다.교장 교감은 관사에서 혼자 지냈다. 교장은 금요일 오전에 갔다가 화요일에 온다. 일주일 내내 학교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교장은 관사에 있으면 퇴근 시간이 지나고 어두워질때까지 또 직원회의를 했다. 아침이면 직원 회의전 차를 한잔씩 마신다. 교장실에도 차를 타 갖다 드린다. 막내 여교사가 자기가 하겠단다. 학교를 자주 비우던 교장은 이 막내 선생님을 통해 선생님들의 분위기를 염탐하려 했고 막내 교사는 꼬치꼬치 보태면서까지 소상히 일러 바쳤다. 둘은 환상의 콤비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는 학교일에 관심없고 무능한 담임이 만들어낸 괴물이다. 학교운영에 관심없고 무능한 교장에게 막내교사는 철저히 이용하기 위해 길들여진 바둑돌에 불과했다. 우리끼리 한 이야기는 다음 날 아침 회의때면 책망 보따리가 되어 서리서리 펼쳐졌다. 다른 선생님들이 알려주었다.

"저 선생님 있는데서 말 조심하세요."

이 교장은 지병이 있었는지 일년도 안되어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셨다.



새 교장이 오셨다. 그동안 만났던 교장 중 단연 으뜸이었다. 인자하고 품성 좋아 아버지 같고 어머니같은 분이라며 다 칭송했다. 딸 둘을 달고 다녔다. 다른 여선생님도 아이 둘을 데리고 다녔다. 새교장은 짜장면을 시켜 드시면 이 어린 우리 아이들을 불러 같이 나눠 드셨다. 아이들을 예뻐해 주셨다. 막내 여교사는 예전 교장한테 했던 것처럼 굴었다. 새 교장은 놀랬다. 다 큰 지성인이 이런 고자질을 한다며 호통을 치셨다. 차는 내가 타 마시겠다. 멋지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이 막내 교사는 진즉에 동료들을 버렸다. 수업 중 내 교실로 와 울면서 제가 왕따인거 아시면서 왜 중재를 안해주느냐며 따졌다. 교장에게는 따돌림 받고 있어서 이 학교에 더 있을 수가 없으니 내신을 내 보내달라고 떼를 썼다. 교장은 내신 기간이 아닌때이니 기다리라고 했다. 똑똑한 분이라 벌써 상황 파악을 다 하신거다. 막내교사는 막무가내였다. 교육청까지 찾아가 우겼다. 따돌림 받는건 전교장의 총애를 받아 선생님들이 시기 질투해서 그런 것이다. 다른 학교로 보내 달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으나 교장은 원칙을 고수하셨다. 교육청의 압력도 개의치 않으셨다. 교장이 허락지 않으면 만기가 아닌한 정기 전보때라도 내신을 낼 수 없다.



교장 사모님이 식당을 하셨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와 우리도 주시고 교감은 따로 자주 챙겨 주셨다. 인생에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귀하고 소중한 추억이다.



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입주를 위해 이 좋은 학교를 떠나왔다. 이 학교도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 직원회의를 했다. 교장은 서글서글 좋아보였다. 어느 날 교무실에 여러 선생님과 같이 있었다.

“김선생, 야외용 버너가 있는데 줄테니 쓰셔.”

거절하는 것도 좀 미안해서 아무 생각없이 받았다. 교감은 깐깐했으나 악당 축에는 들지 않은 듯했다. 어느 날 수업 중 인터폰이 왔다.

“김선생, 나 교감인데 교무실로 내려 오세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다. 교무실로 내려갔다.

“무슨 무슨 공문 왔었죠. 갖고 오세요.”

교실로 올라가 공문을 찾아 내려갔다.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잠시 후 인터폰이 울렸다.

“공문서 가져 가세요.”



이듬해 예쁜 후배가 왔다. 전임지에서도 같이 근무했던터라 무척 반가웠다. 공무원 주공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했다고 한다. 남편 개업식에 꽃집에 가 생화를 살까 조화를 살까 많은 고민 끝에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조화를 샀다고 했다. 조화가 생화보다 저렴하다. 나도 그랬다. 남편 대학원 졸업식에 조화를 사 갔다.



직원 회의를 좋아하는 교장이었다. 하루 종일도 할 기세다. 그 시간에 미영 선생님반 일진이 일을 만들었다. 노끈을 가져와 아이를 묶고 책상에 고정 시킨 후 일곱 명이서 놀리고 학대를 했다. 6학년이었다. 그날도 1교시가 다 끝날 시각까지 회의는 진행됐다. 회의에서 돌아온 미영선생님은 가해자 일곱 명을 야단치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학부모들에게도 알렸다. 죄송하다며 잘 가르치겠노라고 했다. 학부모 일곱 명을 모두 불렀다. 이게 화근으로 일이 꼬였다. 일곱 명의 어머니들은 미리 만나 입을 맞추고 상황을 역전시켰다. 여러 명이 합세한 일은 한명씩 불러야한다.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공동 범인이 있을 경우 한명씩 취조한다. 나중에 대질 시킨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었다. 교장이 의외였다. 사람 좋은 이미지를 풍기는건 겉모습이었다. 학교에 문제가 발생했고 총 책임자는 교장이다. 교장 자리는 책임지는 자리다. 아침 직원 회의가 길어져 생긴 사건이다. 교장은 책임 면피를 위해 담임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바쳤다. 자기와는 무관하다는걸 증명하기 위해 미영교사를 무능하고 나쁜 교사로 몰고 갔다. 이젠 당사자인 아이들은 관심 밖이다. 교장의 책임 모면만 남았다. 교장은 교실에 직접 들어가 A4 용지를 나눠주며 담임의 불만 사항을 작은거라도 자세히 써내라고 했다. 만족할만한 내용이 없었던지 이번엔 교감을 시켜 다시 써내게 했다. 어떻게든 문제 교사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이걸 수합해 교육청에 보낼 심산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미영선생님을 험담했다. 미영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해 며칠간 병가를 내라고 권했으나 꿋꿋이 울면서도 출근해 수업을 다 했다. 위로하러 교실로 올라가다보니 계단에 혼자 앉아 울고 있었다. 도와줄 힘이 없다는것과 내 자신 못난게 속상했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 초등교장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는 교사들이 교장에게 우호적이다 못해 순종적인 분위기다. 한술 더 뜨자면 아부까지 한다. 특히 승진하려는 교사들의 충성은 섬김과 노예의 수준이다. 교장 출장시 차운전 기사노릇까지 한다. 아예 작정하고 괴롭히는 교장도 있다.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교장 교감이 쥐고 있기때문이다.


교사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교장 교감과 교육청은 절대 선생님 편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문제 교사로 낙인찍어 징계로 마무리 지으려한다. 각자도생이다.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자기 살기 위해 사람하나 짓밟는건 관리자 입장에선 일도 아니다. 무서운 교장이었다.

“미영 선생님, 그일 버립시다. 선생님은 누가 뭐래도 훌륭하답니다.”


20231123_105435김종태 글.jpg

남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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