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도

by 반짝이는 별


우리 학교의 전교조 선생님은 젊고 예쁘고 똑똑했다. 미혼이라 총대 매고 격렬하게 투쟁을 벌였다. 해직도 불사하는 강건파였다. 직원회의시 할말 있다며 일어나서 교장과 전면전을 벌였다. 전교조 지부에서도 이 꽃순이 교사를 가상히 여겨 적극 지원했다. 교감은 그 큰 눈을 끔벅끔벅거릴뿐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의가 길어지고 싸우는게 불편했다. 교장은 여리고 순한 분이셨다. 교육청에선 교장을 닦달했다. 전교조 교사를 탈퇴시키라는 거다. 탈퇴할 사람이 아니다. 교육청으로 불러들여 무안을 주고 무능력 교장으로 몰아갔다. 교장으로서 전혀 결격사유가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분이다. 흔한 비리도 전혀 없다. 어느 날 학교 축구부 점검차 교육청에서 사람이 나왔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이 교장은 손을 벌벌 떤다. 꽃순이 교사는 전교조의 세 과시를 위해 몸을 던져 교장과 싸우고 교육청에선 더욱더 교장을 몰아갔다. 교사 입장에선 이 교장 같은 좋은 분 만나기가 쉽지않다. 순한 교장은 강경 전교조 교사를 만나 기를 못폈다. 어느 날은 복도에 휴게실 집기들이 나와 널브러져 있었다. 화가난 교장이 휴게실에 자주 가 있는 꽃순이 전교조 교사에 대한 화풀이였다. 전교조 교사들의 과격함과 자기들만이 정의롭다는 오만함이 불편했다. 니편 내편 갈라 싸우던 6.25에 아버지대 우리 집안은 몰살 당했다. 큰집도 작은 집도 고모네도 없었다. 니편 내편 갈라 싸우는건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김선생, 누가 날 찾아오면 없다고 말해 줘요.”

내 교실이 교장실과 나란히 있다. 교장실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사람을 피했다. 아들이 돈을 달라고 해 돈을 빌려다줬다. 아들은 집을 팔아 돈을 달라고 했으나 집은 남기고 싶어 돈을 빌렸다. 교장이라는 신용으로 돈을 빌려 아들에게 주었으나 아들은 갚아줄 생각이 없다. 가끔은 아저씨, 아줌마가 찾아왔다. 이 교장은 승진을 위해 북한이 보이는 서해 섬에 가서 근무했다. 고생하며 벽지 오지 점수를 받아 승진하였다.


교장이 밥 한번 대접하고 싶다며 몇 선생님을 불렀다. 댁에 갔더니 아무도 없다. 손수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대접하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무부장이 말했다.

“교장이 갚아야 할 빚을 내가 빌려 주었어. 기한을 정하고 공증을 받았어. 대신 딜을 했지. 승진할 수 있도록 1등 수를 주라고 했어.”

교장은 교무부장이 교감 연수 이수자로 차출 되게 해주었고 강화도로 전보내신을 냈다. 전교조 없는 학교로 가셨다. 강화도가 지금은 인천 관할이지만 그땐 경기도 관할이었다. 다들 도시 학교로 가길 원하는데 이 교장은 전교조 교사에게 학을 뗐다.

꽃순이 교사는 결국 해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고생이 많았으리라.



꽃순이 교사 말고 또 한사람 전교조 교사가 있었다. 이분은 똑순이다. 남편이 대학 시간강사인데다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다. 미혼인 꽃순이 교사처럼 전면전에 나설 형편이 못된다. 처음 결혼때 반지하방에서 살았다. 비오면 물을 퍼내야 하는 습기찬 방에서 1층으로 옮긴 후 해가 드는 방에서 살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뒤에서 말없이 지원하는 사람이었다. 티셔츠나 학용품 윷놀이판등 전교조 물품을 팔았다. 친했던 나는 열심히 사주었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사 읽었다. 지금은 유시민 책은 읽지 않는다. 편향적이다. 당시 살고 있는 집을 팔았다. 갈아타기 위해서다. 3500만원에 분양 받은 집을 8500만원에 팔았다고 하니 이 정의의 사도 똑순이 교사는 이떻게 이런일이 벌어지는거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를 했다. 이건 세상이 잘못된거란다.


큰딸이 대학 다닐 때 2억 3천에 산집은 지금 15억이 되었다. 3억에 샀던 내집은 20억이 되었다. 둘째 딸 집을 살땐 6개월을 돌아다닌 후에 샀다. 지나고 보니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 불경기때라 집 사기 가장 좋은 때였다. 집보러 다닐 땐 항상 혼자 다녔다. 집 사기 위해 부동산을 돌아다니다 보니 곧 부동산 침체기가 끝나겠구나를 느꼈다. 용인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했으나 기존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애먹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했다. 곧 집이 팔릴 것 같으니 적당히 타협해서 잘 팔아보라고 했다.지난 일년 동안 아무도 집보러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 중에 집을 사고 나서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잠이 안온다는 사람을 본다. 집값은 떨어질때도 오를때도 있다. IMF 무렵엔 반토막나기도 했다.이때 갈아타기를 하면 좋다.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거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쳐도 집값은 반토막 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떨어지거나 오르거나를 개의치 않아야 한다. 집을 사고 팔다보니 다른 곳은 억단위로 떨어질때 어떤 곳은 천만단위로 떨어지는 곳이 있다. 궁극적으론 집값이 탄탄하고 살기좋은 동네이다. 이런곳에 사면 좋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난다지만 직접 발품을 파는건 필수다. 그 동네마다의 분위기가 있다. 나의 가장 큰 패착은 우물안 개구리를 뛰어넘지 못한것이다. 변화가 두려운 남편이 걸림돌이었다. 집을 내놓고 부동산에서 사람을 데리고 오면 남편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손님을 쫓아냈다. 재산을 불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 남편의 단골 멘트가 있다. 돈이 있어야지라는 말이다. 돈이 없으니 돈을 버는 일에 나서야되지 않겠는가? 세상은 넓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곳 아니고도 살 수 있는곳은 많다. 나라를 바꿔서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좁은 나라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야 한다는 말은 진리중의 진리다.


주식은 할 줄 모른다. 단지 저축만 할뿐이다. 아끼고 아껴 모아 집을 샀다. 법원 등기도 손수 했다. 옷도 학교에서 제일 못입고 다녔을거다. 교복처럼 입고 다녔다. 자금 마련도 혼자 다했다. 남편은 집 계약날과 잔금날만 참여시켰다. 둘째 딸은 해외로 나가면서 집을 팔아다 그곳에 샀다.

“ 엄마 덕에 내 집에서 편히 사는데 남들은 내가 부자 남편 만난 줄 알아요. 반지하 방에서 월세 사는 사람도 있어요.”

“살기 좋은 나라라는데 거기도 반지하가 있나보네.”

“창고를 개조해 만든 방에서 월세내고 사는 사람도 있어요.”

딸은 최근 집 가까운곳에 월세 받는 상가를 하나 샀다.


집값이 올랐지만 내 현금 사정엔 아무 소득이 없다. 국산 콩 두부는 5000원이다. 수입 콩 두부는 3000원이다. 집값이 아무리 올랐어도 국산 콩 두부는 못 사먹는다. 20억짜리 집에서 나오는 소득은 제로다. 큰 딸도 일해서 받은 월급외엔 집에서 나오는 소득은 전혀 없다. 집값은 신기루다. 열심히 일해 모아 월세 받는 집을 하나 더 사면 인생사는데 힘들지 않으리라. 집값이 오름에 따라 의료보험등 각종 세금이 많이 늘었다. 세금 늘었다고 말하면 모두들 쉽게 말한다.

“부담되면 집을 파세요.”

무책임한 말을 아주 쉽게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생도 그렇게 말했다.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남의 집을 전전하며 불안한 노후를 살고 싶진 않다. 세금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국가는 있어선 안된다.

정의의 사도 권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학적업무 서류를 받았는데 샘 이름이 공문에 써져 있어 연락했어요.”

반가웠다. 정의의 사도 민선생님은 요즘 우리나라의 집값에 대해 뭐라고 하려나.


그동안 참 많은 선생님을 만났다.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좋은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하다. 자기만의 장점으로 빛나는 선생님도 있었다. 이 좋은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을 양보하고 희생한다. 자기 일에 열심이다. 우리 끼리 모여 차마시며 쉴때도 영어단어를 외우던 선생님도 있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한결 같이 진심으로 대한다. 즐겁게 산다. 자식교육을 위해 학군지로 이사 가 부를 이룬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반가워하며 대접한다. 이 좋은 분들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SE-14ff0cc1-8bfd-11ee-8229-0b046e3d7e4a곤충 실.jpg


이전 04화나도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