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는 누가 시키는가

by 반짝이는 별

고향 모교에 인상 좋은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 여자 선생님들과 잘 어울려 지냈다. 사모님이랑 우리 집 옆집에 사셨다. 사모님 친정이 가난했다. 어버지가 안계셨다. 도시에서 방 한칸을 얻어 온 식구가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한복 바느질을 해서 근근히 생활을 꾸렸다. 약혼까지 했다가 너무 가난한 친정이 부담된다며 파혼 당했다. 선생님과 사모님은 대학생 선교회 회원이었다. 상심이 큰 사모님을 위해 기도하던 중 이 아가씨를 위하는 가장 좋은 일은 결혼해주는거라고 생각했다. 선생님보다 나이가 많으셨다. 사모님도 선생님도 늘 웃는 낯으로 감사하는 생활을 하셨다. 박선생님은 술 담배를 안하셨다. 술자리를 안가니 다른 선생님들이 싫어했다. 남자 직원 중에 속 좁은 선생님이 박선생님을 따돌렸다. 다른 선생님들도 합세해 자기들끼리만 어울렸다. 그게 그리 대수라고 잘난 척을 한거다. 박선생님은 여직원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남직원들은 또 그걸 빌미 삼아 흉을 봤다. 박선생님은 가난한 처가도 잘 돌보았다. 아이들도 다 공부를 잘했다. 대한민국의 인재들이다. 큰 딸 이름은 이숙이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책을 쓴 사람이 이숙이다. 구약성서의 에스더에서 자기 민족이 몰살 위험에 처하자 에스더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왕에게 나가 민족을 구한 왕비다. 아들 이름은 이삭이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사라와의 사이에서 난 늦둥이 아들로서 순종의 표상이다. 이 부부에게서 배울점이 참 많았다. 박선생님이 조금 늦게 결혼을 했다면 내가 결혼하고 싶은 세상에 없는 착한 남자다. 최고의 남편감이다. 항상 사모님의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셨다. 이 좋은 남자를 왕따시키는 그 남자 직원들이 치사할 뿐이다. 여직원들의 외모를 품평하며 자기들끼리 웃고 재미있어 했다. 내가 있는 앞에서도 대놓고 품평했다.나한테는 이마부터 눈까지는 잘 내려오다 코와 입은 배렸단다. 배우 전지현같은 미스코리아급 여선생님이 있었다. 긴머리를 찰랑거리며 교무실에 들어오면 남자 직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이 미녀 여선생님은 의사와 결혼해 학교를 그만 두었다. 나머지 여선생님들을 콩순이 1,2,3이라고 불렀다. 기생오라비같이 말끄럼하게 생긴 속 좁은 남 직원이 주도를 하면 다 동조를 했다. 아이그 참 못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심 일변도다. 우리집에 있는 노란 장미나무를 학교 화단에 옮겨 심었다. 왕따 주도 선생님이 이 장미나무를 캐서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걸 보았다.


학교를 옮겼다. 경기도 신도시 학교로 갔다. 관내에서 3대 악당으로 불리는 교감이 있는 학교였다. 이런 학교는 다 기피한다. 나의 우선 조건은 집 가까운 곳이다. 도보이거나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다. 듣던대로 사람을 갈구는데 최고였다. 교무실에 선생님이 눈에 보이면 일을 시켰다. 컴퓨터 도입이 막 시작되어 교감은 컴맹이었다. 자판기만 몇 번 두드리면 문서가 좌르르 뽑아져 나오는 줄 안다. 교무실에 교감이 있으면 모두들 피했다. 맘에 안맞으면 방송을 통해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호통을 치셨다. 나도 많이 당하는 사람 중 하나다. 교감에게 봉투를 잘하는 선생님이 말했다, 돈좀 쓰고 편하게 살지 왜그리 힘들게 사냐고.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제일 쉬운 사람이라고 했다. 한편에선 갖다 바치는 사람들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똑똑하고 예쁘고 열정적인 여선생님이 임신을 했다. 이건 그 교감에겐 좋은 잇감이다. 그 선생님은 너무 시달린 나머지 교실로 찾아왔다.


“사표 쓰고 싶어요. 얼마를 봉투에 넣을까요?”


“나도 시달리고 있어. 교감이 잘못하고 있는거야. 직장을 버리면 안된다. 조금만 견디자.”


출산일이 예정일보다 빨랐다. 갑자기 병원에 갔다. 교무실에서는 하루종일 싸가지가 없어 인사도 없이 들어가다니 만나는 사람마다 대고 험담이다. 기어이 입원해 있는 산모에게 전화해 인사없이 들어갔다고 난리를 쳤다. 할 수 없이 산모의 남편이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


1학년이 버스를 대절해 현장학습을 가게 되었다. 보조교사로 나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교담을 하고 있었다. 교담이 여럿인데 나를 지정한거다. 전보 내신을 낼때면 무조건 집 가까운 학교를 택한 이유가 버스를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한다. 30 분을 타도 후유증까지 며칠이 걸린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보러 도시 학교로 버스를 타고 갔다. 멀미를 심하게 해 위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토했다. 쓴 물까지 쏟아냈다. 실신 상태였다. 시험날에도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걸음발이 땅에 닿지 않은 듯 허펑허펑했다. 손발에 동상이 걸린 상태였다.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멀미와 추위에 취약하다.


“멀미가 심하니 다른 선생님을 보내세요.”

교감과 1학년 부장은 좋은 건을 만났다는 듯 둘이 신나서 욕을 해댔다. 줘도 안가진다며 인격을 무시했다. 둘은 쿵짝이 잘 맞다가도 소원해져 서로 욕하기도 했다. 남이 이러거나 저러거나 관심이 없다. 에너지 낭비다.

이 1학년 부장은 나와 같이 예능대회 출전을 한적이 있다. 같은 종목이었다. 내가 지도한 아이가 입상이 되었다. 공문이 왔다. 입상자 명단이 바뀌었다. 내가 지도한 아이대신 그 선생님이 지도한 아이가 입상자 명단에 든거다. 발표날 교육청 장학사와 둘이 한참동안 말을 주고 받는걸 보았다. 그 선생님의 지도 학생은 학원에서 가르쳤다.


1학년 부장 선생님은 미국 연수를 가게 되었다. 3주 정도였다. 누군가 담임을 대체해야 한다. 다른 교담 선생님들이 다 거절했다. 결국 나에게 부탁했다. 이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흔쾌히 수락했다. 1학년은 내 손바닥안에 있다. 예쁘기까지 하다. 말이 연수지 교장 교감이 베푸시는 추천을 받아 교육청의 은혜 아래 가는 공짜 여행이다. 왕따 시키고 싶어 무시하던 그 선생님은 자기 반을 맡아 달라며 아쉬운 입장이 되었다. 옆반 선생님들은 학부모들이 담임 바꿔 달라고 하겠다며 치켜세워 주었다. 교감은 봉투를 자주 갖다 주지 않은 사람에게 다 힘들게 갈구었다. 무심한 성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그저 내 앞에 놓인 일들을 최선을 다할뿐이었다. 교감은 다른 학교로 가면서 뜬금없는 말을 했다.


“김선생님, 내가 선생님을 잘못 알았어요. 좋은 분을 못알아 봤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교감도 1학년 부장도 나도 이젠 다 은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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