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길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크게 뭐 대단한 거 없거든요. 누구나 짧은 글 쓸 수 있잖아요. 그냥 뭐 오늘 느낀 감정 2,3줄만 쓱 쓰면 그게 시죠."
꽤 오랫동안 시를 써왔고 평소 지인에게 자신의 시를 선물하기도 했다는 시인.
며칠 전 개그맨 양세형이 윤고은의 EBS 북카페 라디오에 자신의 첫 출간 시집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권하정 감독이 떠올랐다.
팬심에서 보았던 가수 이승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무명 가수와 무명 영화인 두 개의 작은 불씨가 만나 폭죽을 터뜨린 작품이다. 권하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객이 ‘저런 애들도 영화를 찍는데 나라고 도전 못하겠어?’라는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다”라고.
가볍고 쉽게 누구나 -
뭐든 시작하기 전 몸에 잔뜩 힘을 주는 나는 그들의 태도가 몹시 부러웠다.
글을 쓰는 것만 해도 그렇다.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쓰자 생각하지만 막상 하다 보면 어려워지는 것이 글이다.
그것이 사무실에서 쓰는 보고서건 지방지에 싣리는 보도자료건 지금 여기 브런치건.
사실 쓰고 나면 뭐 대단한 게 없다. 오히려 가볍고 쉽게 읽힌다. 그런 글쓰기가 시작부터 가로막히는 이유. 여전히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건 왜일까?
수려한 글솜씨로 상대를 매료시키고 싶다는 얼토당토않은 욕망이 자리 잡은 걸까?
작고 소박한 삶을 꿈꾸는 듯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내가 바라는 것은 종종 지나치리만큼 거대하고 거창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에게는 누구나가 아닌 특별한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세상을, 때로는 나의 세계를 180도 심지어 360도 뒤흔들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마음을 잠재우는 데는 초등과학 지식이 꽤 도움이 된다.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뎅구르르 제 몸을 한 바퀴 돌리며, 하루에 약 1°씩 반시계 방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이 지극히 단순하고도 기초적인 과학적 사실 앞에서, 한 번에 360도 뒤흔들고 싶다는 허황된 욕망은 두 손 모아 공손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도 하늘을 우러러 지구를 생각한다.
지구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딩구르르 몸을 굴려보자. 그렇게 매일 1도씩 움직일 수 있겠지. 무리하게 움직일 필요 없이 딱 지구만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