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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bae Mar 13. 2024

응원군이 늘어만 간다.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수사법.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세계관.



실은 독백이고

멋대로 수호신 만드는 것에 가깝지만

누구든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매일 아침 이부자리를 개키고

잠들었던 동물들을 깨운다.

자, 어서어서 이불밖으로 나와

제자리에 앉자.

시바견 2마리, 고양이 1마리,

6살 조카보다 조금 작은

길쭉이에게 건네는 문안인사.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인형과 자는지

사람이 잘 수 있는 자리가 있긴 한건지

뭐, 이렇게 복닥 복닥 하게 자는 게 좋은걸.



2주 뒤 마침내 1인가구로 거듭나는 것이

문뜩 걱정될 때가 있다

영화 도어락이 생각난다고.

어떤 미친놈이

혼자 사는 여자

공효진의 침대 밑에 숨어

함께 살아간다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어디 한 번 덤벼 보라지.

시바견과 고양이와

어린이 키 만한 길쭉이 인형이 

가만두지 않을 테니.



외출 시 빠트리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장신구.

명품백은 없지만

귀걸이 반지 팔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반짝이는 보석으로

휘감고 싶은 건 아니고.

장신구 없이 나가는 건 뭐랄까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홀몸 신세 같은 기분이 든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장신구 중에서도 콕 집어 말하자면

팔찌에 대한 애착도가 높다.

오른쪽 손목에 천연석 팔찌를

왼쪽 손목에 묵주를 두른다.



시끄럽고 혼란한 세상에 

나는 종종 자기 의심에 시달린다.



천연석과 묵주가 말한다.

온전히 너를 믿는다고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응원만 할 거라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이유

이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응원군이 늘어만 간다.  


종교는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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