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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bae Mar 16. 2024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순간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이다. 타인에게 무심하기도 하거니와 좀 정나미 없고 인정머리도 없는 스타일이다. 소소한 예를 들자면 김밥씨와 차를 타고 가다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


교차로에 좌회전 신호를 받고 대기하는 차량들을 주요 고객으로 손톱깎이, 코털제거기, 맥가이버칼, 겨우 엉덩이만 들어갈 것 같은 캠핑의자 등등 다이소에 가면 다 있을 거 같은 물건들을 차도 틈새에 진열해 파시는 분들을 만날 때다.


'에구구 날씨도 안 좋은데 저분 힘드셔서 어째.. 좀 파셨나 모르겠네..' 김밥씨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나의 머릿속은 나름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생각들로 시끄럽다.


'여기까지는 노점상 단속도 안 올 거 같고 설령 온다 한들 금방 빠져나가시겠지? 저분은 지금 세금을 하나도 안내는 거라고! 아 어쩌면 수급자이실지도 몰라.. 저러다 외제차 타고 귀가하시는 거 아니야?!' 너무 정 없는 여자 같아 그저 머릿속으로 구시렁구시렁 거린다.


사무실에서 일처리를 할 때면 종종 머신이 된다. mbti 식으로 얘기하자면 극강의 T를 발휘한다고나 할까. 그래야 속도가 나고 기한 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고 저녁 6시가 되면 1분도 지체하긴 싫으니까.


그런 내가 굉장히 너그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상담을 할 때다.


온전히 그 사람 편에 서고 싶고, 응원하고 싶고, 잘되기만을 바라고,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헤아려주고 싶은 마음. 이건 결단코 의도적으로 누군가의 선한 마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너무 힘드니까, 이도저도 못하고 어딘가 갇힌 거 같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보고 싶어서 시작한 상담이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다른 사람을 상담하는 심리상담을 배우기 시작했다.


3년 전만 해도 그랬다.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시작도 말자. 말이 돼? 아니 지금 누가 누굴 상담해?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만 1시간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변덕스럽고도 오묘하고 어려운 마음, 얽힌 실타래 같은 마음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또한 꽤나 내게 잘 맞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하는 일에 이렇게까지 큰 보람과 뿌듯함, 뭐랄까 공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걸 보니 앞으로 작업을 평생 지속해도 되지 않을까.


타인에게 무심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나는 상담을 할 때면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그런 내가 마음에 든다.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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