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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bae May 06. 2024

충무로 대한극장이 문을 닫는대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이 올해 9월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66년 만에 폐업을 선언했으며 개조 후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는데 자그마한 동네빵집이 결국 거대 프랜차이즈에 밀려 문을 닫는 것처럼 안타까웠고,



그것과는 별개로 소소하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대한극장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낯설고 쌉쌀해졌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경기권에 살고 있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 종로, 명동, 대학로에 그렇게도 자주 돌아다녔다. 서울의 중심, 대도시, 특히나 반짝반짝 빛나는 남산타워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남산타워에 가기 위해서는 충무로역 부근에서 노란색 마을버스를 타야 했는데 대한극장이 또 바로 옆에 있으니 영화도 보고 남산타워도 가는 코스는 데이트하기에 좋았다.



2006년 영화 '라디오 스타'는 박중훈과 안성기의 케미가 꽤 볼만했다. 당시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함께 봤던 친구가 있는데 라디오 스타가 그와 함께 본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무척 재밌었는데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수능 전에 헤어지면 충격받아서 얘 시험 망치는 거 아냐?



20대 초반의 나는 수능준비를 다시 하는 그가 은근 한심하고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 뒤로 영화 ost '비와 당신'을 들을 때면 찌질했던 그와 그보다 더 찌질했던 내가 떠오른다. 웬만하면 그곳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다행인지 몇 년간 충무로 대한극장에 가자고 청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용산이나 코엑스 등등 영화관은 거기 말고도 수두룩 했으니. 한데 이상하게도 편하지가 않았다. 지나치리 만큼 넓은 공간도 옆자리에 함께하던 사람도.   



꽤 시간이 흘렀다. 키가 크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써서 그런지 홀쭉하게 야위어서 그런지 좀 날카롭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 근데 또 다정하고 어딘가 허술해 보이던 그는 어느 날 내게 영화를 보자고 했다.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심지어 그 영화관은 그의 최애 극장인 듯했다.



8년 만에 다시 대한극장을 찾았다. 20대 초반의 아련한 시간은 크게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옆자리에 앉은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이 사람은 대체 이런 만화영화를 고른 거야? 취향이 이런 쪽인가? 혹시.. 오타쿠?



그렇게 2014년 '겨울왕국'을 시작으로 김밥씨와 나란히 앉아 수많은 영화를 함께했다. 언젠가 헤어지게 되는 날이 다가온다면 마지막 영화는 꼭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봐야지 다짐하기도 했는데, 올해 9월 극장의 폐업이 예정되었으니 나의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늘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실이 새삼 쓸쓸하게 느껴졌다. 충무로 대한극장은 사라진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갈까.



그러니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도록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 편이 인생의 쓸쓸함 속에서도 온기를 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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