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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bae Apr 27. 2024

베란다 창을 연다.



독립을 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콘크리트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갈 사람들, 바로 이웃이었다. 게다가 복도식 아파트라니.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아파트가 생각났다. 옆집에 영탁이 같은 사람이 살면 어쩐담.



이전 세입자는 한 여름에 베란다 창과 현관문을 동시에 열어두면 맞바람이 쳐 아주 시원하다고 친절히 설명해 줬는데, 1인가구 여성에게는 도통 와닿지 않았다.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다니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나는 철저한 보안과 사생활 보호를 추구한다. 중문도 없는 집에 현관문 개방은 얼토당토않아 보였다. 더더군다나 끝집도 아니 옆집 할머니가 지나다닐 텐데?



오른쪽 끝집 80대 할머니 혼자 거주 중이며  콩콩 지팡이를 짚시고 늘 티브이 볼륨을 한껏 올리시는데 애청하는 프로는 뉴스. 왼쪽 집은 70대 중년 부부가 살고 있으며 할아버지 역시 지팡이를 콩콩 짚으다.



안면을 트고 나니 드높던 경계심은 한층 수그러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팡이 휘두르시는 이웃분들과 친분이 쌓일 것 같진 않았다.



6살쯤이었나. 우리 가족은 단칸방에서 아파트로 첫 이사를 했다.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신규 입주. 난생처음 타보던 엘리베이터, 옆집 승만이네 아줌마, 메주라고 불리던 언니, 5호 집 아줌마네 치와와가 떠올랐다.



그때는 이웃이 멀리 사는 사촌보다 확실히 가까웠는데 지금은 그 누구와도 가깝지 않은 기분이다. 돌고 돌아 또다시 복도식 아파트로 돌아. 30여 년이 더 지나 혼자서.



나는 1인가구의 쓸쓸함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이웃을 만들기로 했다. 율마, 유칼립투스, 행운목, 스킨답서스, 몬스테라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반려식물 키우기. 함께 이사 온 개운죽과 연화죽이 새로운 친구들과 제법 잘 어울린다.



베란다에 인조잔디를 깔고 이케아 2단 선반 위에 식물들을 올려두었다. 현실과 이상의 타협점, 상큼한 초록색 인조잔디는 볼 때마다 흐뭇하다.



나는 오늘도 현관문을 꾹 닫은 채 베란다 창을 연다. 부디 햇과 바람, 물과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 너희들도 그리고 나도.

제발 죽지만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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