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카피라이터를 꿈꿨던 나는, 이거 좀 해보니까 별로야, 나 이제 흥미 떨어졌어 -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명문대에 독특한 아이디어와 센스까지 겸비한 이들이 즐비한 그 동네에서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덤비지 말자고 단념한 쪽에 가깝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동네는 어떤가? 이곳은 하나부터 열까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였고, 그럴수록 나는 뭔가를 계속 끄적이고 싶어 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끄적이고 싶은 이 욕망의 정체는, 내 안의 뭔가를 꺼내어 세상에 드러내고 타인과 나누고 싶은 것이었다. 웃겼다, 한글과 엑셀과 민원인과 씨름하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결국,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이라니.
한데, 그게 뭘까? 내 안에서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대체 뭘까.
주변 사람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 앞에서 한없이 무심한 척 냉소적인 태도를 취해봤자
이런저런 나의 끄적임 들은 결국 '사람'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 단순하고도 커다란 진실을,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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