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회사 생활 3년 차에 접어든 20대 후반의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는 더 이상 못 살겠어서, 지고지순한 남자친구와 부모의 사랑을 남겨둔 채, 호주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다음으로 꽤나 마음에 드는 제목인지라 덥석 집어든 소설책 '한국이 싫어서'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그녀는 호주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다사다난이라 표현될 수 있는 오만가지 일들을 겪었고, 종국에는 그토록 바라던 시민권을 취득했다.
거기에 사무직 회계업무로 풀타임 잡을 손에 넣었고, 백인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인종과의 사랑을 맛보았으며, 현재는 또라이 바보인 줄 알았던 1살 연하의 한국인 요리사와 연애 중이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 그곳에서 조금 더 행복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무턱 댄 기대, 그리고 희망을 품는 것에 익숙하다.
그것은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술, 울타리 안에 갇힌 채 탈출을 꿈꾸는 동물의 처연한 눈물.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
공항을 나오니까 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따뜻한 바람이 불어.
햇빛이 짱짱해서 난 또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선글라스를 끼면서 혼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
나 자신에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
그리고 속으로 결심의 말을 덧붙였어.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 중에서>
*
행복한 상태를 느끼는 것이 결심으로 되는 일이었다면 '계나'는 진즉에 행복했어야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삶의 스토리를 쌓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사실 '계나'는 잘 모르고 있다.
그러니, 7년이 지나서도, 아 행복하다 -라는 말 대신, 행복해지고자 결심, 하는 것 아닐까?
나에게 있어 행복이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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