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형부가 문서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단톡방에 공유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름 아닌 첫째 조카의 초등학교 입학통지서였다.
우리 똥강아지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대견하고 기특해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그 풍성한 머리칼을 쓰담쓰담해주고 싶었다.
엄마도 아닌 나도 이러한데, 대체 부모는 어떤 마음일까? 자식밖에 되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마음을 어설프게 더듬어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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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촬영지인 경기도 연천에, 한 캠핑장을 방문했었다. 구씨가 소주를 들이키며 멍하니 바라보던 산이, 꼭 저 산 같다며 가는 길 내내 괜스레 마음이 들떴다.
허나, 캠핑장 안으로 들어가자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나는 입장권을 소지하지 못한 사람처럼, 부모님과 언니네 가족틈에 끼어 거대한 깍두기로 변신하고 말았다. 저출산율과 낮은 혼인율이 무색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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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지지 않기를 원했다. 내 쪽으로도 상대 쪽으로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쳐지지 않기를, 평등하게, 그리고 함께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똥강아지의 입학통지서 때문일까? 한여름 캠핑장의 깍두기 경험 때문일까? 연말이라 뒤숭숭한 걸까?
이대로, 이 정도의 온기로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건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우산이 정확히, 나란히, 수평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늘 비에 젖지 않은 채 혼자 걸어도, 그래도 괜찮은 걸까? 확신에 찬 선명한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다.
어쩌면 애초에 확신에 찬 선명한 대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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