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20분 알람이 울려, 힘겹게 몸을 뒤척이고 다시 5분 뒤, 비몽사몽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불을 켜고는 타임스탬프 카메라로 '힘내는 맛' 소설집 표지 사진을 찍었어.
왜냐고? 6시 30분 이전 기상 미션이거든. 책 읽기 또는 글쓰기를 30분간 하고 사진으로 인증하는 건데. 종종 생각해, 내가 이걸 대체 왜 시작했을까. 하. 누굴 탓하겠어. 10일 전의 나는 의욕적이었고, 새벽 기상에 자신만만했거든.
유기농 누룽지를 바글바글 끓이고 테이의 라디오를 흘려듣고 소설 1,2페이지를 읽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어. 부모님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 20여 분을 달린 후 다시 남의 집 아파트에 주차를 해. 조금 따뜻하게 쉬라고 오늘은 특별히 지하 1층으로 내려갔어.
9시 간당간당한 시간에 기어코 카페에 들러 아아를 샀지. 컴포즈가 무슨 일인지 조명이 까맣더라고. 최근 커피를 다시 손에 쥐었어. 카페 앞에서 나는 정말 파블로프의 개야. 근데 말이야 벤티 아아는 왜 이렇게 산미가 높을까..
금요일은 기부 행사가 있어, 머리를 다듬는 미용사처럼 단정하고 깔끔하게 계획서를 다듬었어. 점심으로 콩나물 국밥집에 가서 그 누구도 콩나물 국밥을 먹지 않았고, 난 고추장 하나 없는 돌솥비빔밥을 먹으며 흑백요리사에 나온 비빔아저씨를 떠올려.
오후 느즈막 낡은 티셔츠가 막 세탁기에서 나왔을 때처럼 축 늘어져있는데, 정문 부근에 불씨가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가 쓰레기 봉지 안에서 뽈뽈뽈 연기를 뿜어내며 타고 있었어. 초기발견해서 다행이지 계속 뒀으면 건물이 새까맣게 타버렸을지도 몰라.
퇴근길에 집에 들러 엄마의 배춧국을 먹고 엄마아빠 옆에서 조조의 희번덕한 눈빛을 지켜보며 중국 드라마도 꽤 매력적이라 생각했어. 소파에 기대 누워 생각했지. 아, 배부르고 따뜻하다. 지난주 들렀던 한의원에서 한약이 도착해 양손 가득 챙겨 들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 외에도 나열하지 않은 일들이 수없이 많아 <월요일, 출근, 퇴근> 이 단순한 명사 속에 수많은 동사와 서술어가 숨겨져 있더라고.
그 사실이 요즘 나는, 새삼 참 새로워.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