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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라이언 Jan 01. 2024

13. 7일의 기적, 금까마귀 솟구치다

나란히 걷는 선불교

다음은 전불심인(傳佛心印, 부처님으로부터 법맥을 이어온) 제79대 법손이자 전 조계종 종정이셨던 진제선사님과 제자 간의 문답을 정리한 책 선禪 백문백답(2005년, 해운정사 엮음, 현대불교신문사 출판)으로부터 발췌한 내용입니다.


-중략-

問 : 3일이나 7일만 화두가 낮과 밤이 없이 이어지면 <타파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시간적으로 짧은 단위를 표현하는 것인지 아니면 용기와 희망을 주면서 정진하는 습(習)을 길들여주기 위한 방편인지 알고 싶습니다.


答: 시간적인 일주일이다. 3일은 안 되고 7일은 되지. 또 짧은 단위가 아니고 시간적인 것으로 화두가 밀밀(密密)하게 이어지는 7일인데 대부분 7일 안에는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7일을 넘으면서 힘을 얻는 고비가 된다.

問 : 태고보우국사가 무자화두(無字話頭)를 들고 37세 가을에 『오매일여(寤寐一如)』경지에 들었는데 7일 만에 터지지 않고 90일을 끌고 가다 38세 되는 1월 7일에 확철대오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태고보우국사와 같은 대근 기도 오매일여에 90일을 끌고 갔는데 말세(末世)의 하 근기중생이 일주일 만에 깨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答 : 1주일만 화두가 밀밀(密密)하게 이어지면 의단(疑團) 이 독로(獨露)되어 그 힘으로 90일을 끌기도 하고 1년, 2년을 끌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부가 본궤도에 오르는 단계 정도를 1주일로 잡는다.


흔히 연구계획서나 연구 성과를 판단할 때 '정성 및 정량 지표'와 같이 그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준을 둡니다. 이 화두참선의 세계에도 깨달음에 도달하는데 그 의심의 크기를 스스로 점검 하거나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이 제시되어 있는 문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근대에 들어 이러한 지표를 가장 명확하게 제시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은 1981년 성철(性徹)선사님이 편찬하신 선문정로(禪門正路)입니다.


화두참선을 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경계를 통해 스스로 화두참선의 수행정도를 점검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셨는데, 흔히 잘 알려진 동정 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및 오매일여(寤寐一如)의 단계입니다.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행주좌와 어묵동정, 行住坐臥 語默動靜)처럼 사람이 평소 행하는 여덟 가지 행위 가운데 어떤 상태에서도 화두에 대한 의심이 늘 한결같이 유지가 되면 이것을 [동정일여]라고 합니다. 동정일여의 단계만 하더라도 엄청난 몰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겠죠. 


더 집중력이 높아져서 잠이 들어 꾸는 꿈속에서도 생생하게 화두의심이 지속해서 이어지면 [몽중일여]라고 합니다. 사무치게 보고싶은 사람이 있으면 꿈에서도 만난다는데 그 정도로 고도의 몰입단계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침내 깊은 잠이 든 숙면의 상태에서도 참의심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되는데 이를 [숙면일여 熟眠一如) 혹은 오매일여]라고 합니다. 진제선사님께서 간단하게 밀밀하다고 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정말 어떤 것도 녹여버리는 이글거리는 태양 같은 몰입력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용맹정진(勇猛精進)이란 단어가 떠오르는데, 참선 수행을 오랜기간 하신 분들도 7일 밤낮 화두를 성성하게 유지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다고 합니다. 불가의 깊은 인연으로 여러 생동안 구법수행 하셨을 스님들조차 성취하기 어려운 일념삼매... 정말, 화두 수수께끼를 어느 정도로 풀고싶어야 저 모든 장애를 뚫고 일념삼매에 도달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를 투과하신 선사님들의 드높은 수행 의지에 저절로 존경심이 듭니다.


그래서, 이 일념이 지속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대신심(大信心), 대의심(大疑心), 대분심(大憤心) 이 세가지 마음가짐을 깊이 새기고 정진해야 한다고 합니다. 추후에 논란의 오매일여경계와 함께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화두의심을 부단히 끌고 와서 최종적으로 오직 한 가지 생각 즉 의심만 남은 단계인 일념삼매(一念三昧)에 수렴하기 위한 단계적 경계이지 각각의 상태에 이르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사실, 단 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궁금함을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정말 엄청난 집중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일념삼매(一念三昧)의 상태에 도달하면 오감의 경계가 더 이상 침범하지 못하고 간간이 떠오르는 생각들도 스치듯 흘러가 버리거나 저절로 소멸하면서 일체의 모든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화두의심만 남긴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옆 사람이 보았을 때 마치 바보처럼 보일 정도로 어떤 외부 경계에 침범받지 않고 때때로 떠오르는 사념도 스치듯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대적정 (大寂靜) 혹은 고요한 태에 머무르게 되어 이를 '크게 죽은 사람'의 경계에 이르른다고 합니다. 몰입의 극점에 도달하는 것이죠.


이 일념삼매상태를 유지하다가 수행자에 따라 보거나, 듣거나 혹은 부딪히거나 하는 등의 기연에 따라 화두가 타파되면서 자신의 성품을 바로 보는 것이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리고, 어떤 경계에 도달 했으면 반드시 선지식을 찾아 점검받고 일을 마친 사람 (了事人, 요사인) 인가를 받거나 다시 화두를 받아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스승의 점검 없이 스스로 깨쳤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선사님들은 누누이 당부하셨습니다.    


[그때 화두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생각이 없고 마음이 끊어진 곳에까지 의심이 이르면 금까마귀(태양)가 한밤중에 하늘을 날 것이다. 이때 희비의 마음을 내지 말고 진짜 종사(宗師)를 찾아 의심을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 태고보우(太古普愚, 1301∼1382)]


공민왕(恭愍王)대에 왕사(王師)와 국사(國師)까지 지냈던 태고 보우선사님도 깨달음 성취 후 당시 중국 절강성(浙江省) 하무산(霞霧山)에 주석하고 계시던 임제선사님의 18대 법손인 석옥(石屋) 청공선사(淸珙禪師) 를 친견하여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깨침이 도래할 때까지 도대체 얼마나 이 일념삼매가 지속되어야 할지 딱히 기준이 없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위 문답에서와 같이 진제선사님께서는 일단 7일 동안 빈틈없이 화두에 몰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본격적으로 철저하게 오직 의심하는 생각 한 가지만 남는 상태 (의단독로, 疑團獨露)에  들어가게 되고, 그 이후에는 언제든 기연에 따라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그 정량적 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주신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는데 겨우 7일?' 이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 

'7일 동안이나 끊이지 않고 한 생각을 유지한다고?그게 가능한가?'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나기 전에 참 나는 누구인가?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父母未生前本來面目)]


진제선사님께서는 화두가 없는 모든 분을 위해서 법회 때마다 늘 이 문제를 제시하십니다.

에이 7일쯤이야 하시는 분들은 한번, 이 문제를 가지고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남녀노소, 승속 구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쁜 소식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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