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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못 써도 잘 쓰는 방법

by 일용직 큐레이터

글을 잘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면 잘 쓸 수 있을까? 맞다. 정답이다. 건강해지려면 골고루 잘 먹고 잘 자면 된다. 축구를 잘하려면 매일 500개씩 슈팅 연습을 하면 된다.


진부하다.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지. 딱 이틀만 배달음식 시켜 먹고 건강식 시작해야지.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다짐을 한다. 이틀 후 시작 할 다이어트 건강식은 뒷전이고, 당장 오늘 시킬 감자탕에 관심 있다. 건강식보다 니글니글한 음식이 더 맛나다. 비용은 높지만 만족은 높다.



글쓰기는 어떨까?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온 작가 집안에서 태어나면 글을 잘 쓸까? 글을 잘 쓰는 유전자는 따로 있을까?


나는 글을 잘 쓰지도 읽지도 못한다. 글을 잘 쓰는 비법을 공부한 적도 없다. 오히려 문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도 앓고 있다(?). 문장을 읽을 때 이게 무슨 소린지, 이게 맞는 표현인지 의아한 경우가 많다.


글은 잘 못쓰지만 무작정 많이 쓰는 타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하루 3~4개씩 글을 썼다. 블로그 5개를 직접 운영하며 1일 1 글을 업로드했다. 당일 업로드를 하기보다 1주일치 글을 미리 예약해 두고 업로드하는 방식을 택했다.


1년, 3년, 5년이 지나자 내 나름의 글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가슴속에 응어리진 울화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내가 마치 그 사람인 양 글을 써댔다. 응어리를 쏟아내니 나름 가슴을 저미는 글 도 아주 가끔 써 내려갔다.


동기부여.


살아가는데 꼭 새겨야 할 말이다. 무언갈 하는데 이유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내가 꼭 해야 할 원동력이다.


살을 꼭 빼고 싶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어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죽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할 일은 없다.


책 100권 읽은 후 글쓰기 시작해야지

아니, 글쓰기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무슨 글을 쓸지 모를지라도 그냥 써내려 가자. 하고 싶은 말이 없어도 그냥 쓰면 된다. 쓴 후 고치면 된다.


난 태어나서 최소 3천 편의 글을 썼다. 동기부여는 돈이다. 글을 쓰니 돈이 됐다. 입금이 되면 동기부여가 절로 생긴다. 최근은 블로그가 폭망해 수익이 몇만 원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난 그저 글을 쓴다.



잘하진 않는데 좋아하는 게 있다.

그게 글쓰기다. 글 쓸 때만큼은 솔직해진다. 거짓말로 사탕발림해 써내려 간 글은 딱 봐도 티가 난다. 가슴속 응어리진 하소연을 글로 써낼 때 큰 쾌감을 느낀다. 누군가 내 글을 봐주길 바라는 마음보다, 지금 내가 하고픈 말을 쏟아 낸 게 더 의미가 있다.


누구나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파바박. 말하면 괜찮아질 것 같지만 누구에게 그럴 수 있을까. 그래서 글쓰기가 필요하다. 나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내 얘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그런 세상도 있냐며 신기해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며 공감한다.


글쓰기는 너무 어렵다. 난 지금 소주 1병, 맥주 2캔을 마신 후 글을 쓰고 있다. 술 취해 써내려 간 글은 뭔가 다를까? 아니. 내 가슴속 응어리진 이야기를 쏟아내는 건 똑같다. 술 취해하는 말이 아니다. 술 취해 어영부영 쓰는 글도 아니다.


난 그저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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