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에겐 꼭 필요한 도구가 몇 가지 있다
봄에 콩. 팓 심고 여름에 김매기(풀 뽑는 일)할 때까지 쓰고
헛간에서 잠자는 호미가 있고 호박 구덩이 깊게 팔 때 가끔 쓰는 자루긴 괭이가 있고 논둑 손질할 때 없으면 안 되는 삽도 쓰는 날이 많지 않다.
지게는 하루라도 없으면 농사일을 할 수 없는 제일 소중한 도구였다.
봄부터 가을까지 매일 한 짐씩
쇠꼴(소가 먹는 풀) 베어 오고 추수할 때는 밭에서 콩. 팥 저 오고 논에 있는 볏단 도 지게로 저 날라야 벼타작을 할 수 있었다. 겨울철 산에 올라가 땔나무를 해도 지게가 없으면 집으로 가져올 수가 없었다.
지게질 처음 배울 때 볏단 반짐을 지고 일어나려다
고꾸라지기를 수십번을 하고나서야 한짐을 지고
제대로 일어날수 있었고 산에서 나뭇짐 지고 내려오다 나무등걸(나무자른 믿둥치)에 걸려넘어저 지게 몃개를 부러뜨린지도 모른다.
1987년 기르던 소를 다 팔고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새집을 지을때까지 22년 동안
농부의 등짝엔 지게가 떠날 날이 없었고 어깨 쭉지엔 지게멜빵 자국이 문신처럼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