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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Nov 19. 2024

우리는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망했다

옳고 그름이 존재하는가? 


"어휴, 또 걔 얘기야? 요즘 우리한테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데..." 

"진짜 답답해. 다른 사람들은 다 스프린트 맞추려고 밤새는데, 혼자서 클린코드 타령이야." 

오늘도 리더십 미팅에서, 피로한 한숨이 터져나옵니다.


꼼꼼한 개발자는 여전히 클린 코드를 고집하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매니저는 계속해서 프로세스를 점검합니다. 


그들의 행동이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 건, 우리 조직이 결정적 순간을 맞이한 뒤부터였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품 출시일. 

"이대로는 안 됩니다. 코드 품질이 너무 낮아요." 

개발자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코드가 아닌, 작동하는 제품입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집니다. 

페이스북의 초기 모토였던 "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완벽한 제품보다는 빠른 출시가, 안정성보다는 혁신이 더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우리는 종종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관점을 동등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직이 중대한 기로에 서는 순간,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했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때로 완벽한 프로세스보다 빠른 실행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클린 코드를 고집하는 개발자의 완벽주의는 안정성만을 강조하는 매니저의 신중함은 

오히려 조직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건 그들의 가치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모든 가치는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시장의 요구가 절박한 순간에, 이상적 가치만을 고집하는 건 조직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문제 직원'이란 조직이 놓치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는 거울이면서 

동시에 지금 이 맥락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일 수 있습니다.


모든 다양성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모든 획일화가 항상 나쁜 것도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지금 이 맥락에서 우리 조직이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 정직하게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치열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우리가 놓쳤던 그들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그때가 되면 그들의 꼼꼼함과 신중함은 다시 한번 조직을 다음 단계로 이끄는 소중한 나침반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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