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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내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

강점 검사를 했는데 더 혼란스러워진 사람에게

by 한주 Mar 06. 2025

누구나 한 번쯤은 거치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

때로는 헤매고, 때로는 발견하는 그 순간들을 기록합니다.


"HR 말고 다른 일도 잘할 것 같아. 아직 어리니까 직무 전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전 회사 동료들의 이 말이 몇주째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문제는 뭘로 전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마케팅? 기획? 아니면 영업? 나는 구체적인 '답'이 필요했다.

"너의 강점은 이거고, 이 직무가 잘 맞아." 그런 명쾌한 이정표 같은 것.


면접 안내 중 만난 40대 후보자는 독특한 꿈을 이야기했다.

"작은 책방을 열고 싶어요.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운 공간이요." 가벼운 마음으로 물었다.

"그럼 혹시 인생책 있으세요?" 그가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20대 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책이에요. 강점혁명이라고..."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날 바로 책을 주문했다. 강점 검사라는 게 있었다.

사람의 34가지 강점을 측정해 상위 5개를 알려주는 검사. (갤럽강점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좀 허탈했다.

상위 5개가 전부 '영향력' 영역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존재감(인정받고 싶어하는 성향)

행동(생각을 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추진력)

승부(경쟁에서 이기려는 의지)

최상화(좋은 것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개선력)

커뮤니케이션(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능력)


솔직히 말하면, 특별히 끌리는 건 없었다.

나는 전략적 사고나 분석처럼 회사에서 인정받을 만한 '실력' 같은 걸 기대했는데, 내 결과는 그저 성격 특성 같은 것이었다. 또다시 "네가 알아서 찾아봐" 같은 답이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래도 결과지에 나온 제안은 한번 시도해봤다.

(내 강점에 맞게 시도해보면 좋을 것들을 추천해줌)

일단 내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회의에서 내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공유하기"

"작은 성과라도 눈에 보이게 개선하기"


놀랍게도 이런 방식을 적용하니 업무가 명확해지고 만족감이 커졌다.

회의 때 제안한 아이디어가 팀 프로젝트로 채택됐을 때, 분기 목표를 수치로 정리해 팀원들이 이해하기 쉬워졌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무언가를 실제로 변화시켰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HRer로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생긴 기준이 있었다.

전략이나 분석 같은 강점이 더 가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강점이란 게 의외였다.

멋있어 보이는 강점이 아니라도, 내가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실망했던 '영향력' 강점들이 실제로 일을 하면서 나와 딱 맞아 떨어졌다.

없는 강점은 인정하고, 때로는(아니 매일~~) GPT 같은 도구의 도움도 받았다.


외부에서 명쾌한 답을 찾으려 했지만, 정작 필요한 건 내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강점 검사는 직업을 추천해주진 않았다. 대신 내가 어떻게 일할 때 가장 나다워지는지 보여줬다.


글을 쓰다보니 문득 떠오른다. 책방을 꿈꾸던 40대의 반짝이던 눈빛. 그는 20대에 이미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았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답을 찾는 중이다.


그래도 이제는 알 것 같다.

답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 속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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