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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ug 20. 2024

우리 회사 조직문화, 유통기한이 지났나요?

조직문화의 정반합 :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안녕하세요. 

스타트업에서 1인 HR팀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주입니다.


"조직문화는 어떤가요?" "저는 회사를 고를 때,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봐요." 

면접을 진행하며 많이 들었던 말임과 동시에, 대답하기 가장 힘들었던 질문 중 하나에요.




조직 문화. 누구나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실체는 잡히지 않는 것 같아요. 

마치 허상을 쫓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후보자들에게 회사를 셀링하기 위해, 여러 회사의 조직문화를 참고하여 '그럴듯한' 조직문화를 가진 곳으로 그려내기도 했어요. 그러다 문득 '조직 문화도 유행을 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입, 자율성, 실패에 대한 용인... 어느새 대부분의 기업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흐름을 보며, 문득 정반합(正反合)의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1. 정반합은 무엇인가

헤겔의 정반합을 아주 단순히 표현하면 이렇게 될 것 같아요.

세상에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어떤 생각이나 상황이 있습니다. 이게 '정'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에 반대되는 새로운 생각, '반'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생각이 부딪치고 섞이면서 더 나은 새로운 생각인 '합'이 탄생해요. 

헤겔은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발전해 간다고 봤어요.

'조직문화'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대기업 문화(正): 시스템 속의 개인

전통적인 대기업 문화에서는 체계와 효율성이 중시됩니다.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스템은 개인의 실수를 막아준다"는 말처럼, 개인의 창의성보다는 안정성과 일관성이 중요시되는 것이죠.


이런 문화는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대규모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때로는 너무 경직되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3. 스타트업 문화(反): 개인 역량의 부상

네카라쿠배당토

스타트업 붐과 함께 조직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중요해졌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말한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라, 늘 우직하게 도전하라)"라는 문구처럼, 스타트업 문화는 개인의 열정과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습니다.


이런 문화는 각 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수평적인 의사소통, 높은 자율성, 그리고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이 문화의 특징이었죠.


하지만 이 문화도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때로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장기적인 안정성이 부족했고, 개인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팀워크가 약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압박과 성과 중심의 문화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죠.


4. 새로운 조직 문화(合): 시스템과 개인의 균형

우리는 이제 '합'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안정성과 스타트업의 창의성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죠.


제가 최근 관심 깊게 지켜본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줌(Zoom)의 변화입니다. 팬데믹 초기, 줌은 유연하고 자율적인 문화로 폭발적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도전도 있었죠. 에릭 위안 CEO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우리의 강점인 창의성과 빠른 실행력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 고민의 결과로, 줌은 리더십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고 성과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통제의 강화가 아닌, 창의성과 체계성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핵심은 '균형'입니다. 조직의 안정성과 개인의 창의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죠. 

완전한 자율성이 가져올 수 있는 혼란은 줄이면서도, 지나친 통제로 혁신의 싹이 잘리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확한 목표와 가이드라인 안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큰 그림은 리더십이 그리지만, 세부적인 색칠은 팀과 개인이 하는 거죠.


리더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제 리더는 단순한 지시자가 아닌, 팀의 창의성을 끌어내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때로는 결단력 있게 결정을 내리는 균형 잡힌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죠.



5.  우리의 합 : 신뢰와 존중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이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함께'의 힘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협력할 때, 놀라운 시너지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최근에는 '신뢰'의 중요성을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문화가 도래하며 개인의 역량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끝없는 논리의 싸움과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조직의 변화를 겪으며, 저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본 <수천년을 전해 오면서 입증된 마법의 주문>이라는 재미있는 이미지에서 의외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방법,

회의가 끝날 때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하기, 

피드백을 줄 때 "고생 많았어", "많이 고민한 것 같아"라며 팀원의 노력을 먼저 인정해주기, 

자신감이 부족한 동료에게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힘을 실어주기 등 입니다.


이런 작은 표현들이 모여 존중과 감사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던 것들이었죠. 이를 의식적으로 실천해보았더니, 놀랍게도 한 달 만에 조직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변화했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면서, 저는 이 접근법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원칙들을 조직의 규율, 일하는 방식, 평가, 보상 시스템에 녹여내어 우리만의 고유한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작은 변화로 시작했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조직 문화의 변화는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지금 '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정'과 '반'이 나타날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역인 거죠.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하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경험이 모여 더 나은 조직 문화,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생각도 꼭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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