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겠냐?
하루에 두 번 오고 가는 나의 출퇴근 코스에는 이 동네 모든 학교가 있다. 제일 먼저는 중학교, 그리고 걷다 보면 신호등 달린 도로 사이로 알록달록 예쁜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보인다. 중학교의 구멍 숭숭 뚫린 철제 담은 보도블록과 맞닿아있어 마음만 먹으면 학생들과 대화도 가능하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높은 축대 위에 있어서 아이들이 직접 보이지는 않는다. (등하교 시 마주칠 뿐)
공기도 맑고 따스했던 어느 날 오후, 중학교 운동장 옆 도보길을 지나는 중이었다.
학교 담장 울타리밑에는 낮은 키의 나무들과 약간의 풀밭이 있고 바로 농구장이 이어진다. 사실 이 운동장은 처음에는 전체가 흙이어서 등교 전 이른 아침이나, 하교 후 저녁 무렵, 맨발 걷기 열풍을 여 보란 듯 동네의 어르신들이 출몰하던 곳이었다. 어느 날, 이 동네 유일한 흙길이 친환경 인조잔디로 바뀐다는 알림 현수막이 학교 벽에 걸렸을 때, 역시 이곳 맨발 걷기의 유경험자였던 나와 남편은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나 공사를 마친 말끔해진 푸릇푸릇 축구장과 공이 잘 튀도록 만든 한쪽 끝 시멘트 농구장에서 공놀이를 하며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좋았다. 미세먼지와 황사도 억울한데 흙먼지까지는 먹이는 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흙 마당이 사라진 섭섭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활기차고 생생한 아이들의 고함에 가까운 이야기 소리를 종종 귀동냥하는 일이 덤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그날도 그랬다. 농구하는 몇 명의 아이들이 공을 치다 말고 자전거를 타고 보도블록을 지나가는 친구를 알아보았는지 이름을 불렀다.
친구 1. "야! 000!"
친구 2. "왜??"
친구 1." 야, 너 숙제했냐??"
친구 2. "했겠냐??"
끝.
자전거와 함께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지는 친구 2. 의 뒷모습을 보는데 웃음이 터졌다.
5초도 될까 말까 한 대화였다. 나는 미소를 수습하며 갈 길을 가면서 생각했다. 오늘 너희 숙제가 있었구나! 숙제 안 하고 농구하자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농구를 멈출 수는 없었구나. 지나가는 친구에게 숙제 완료여부를 물었는데 그 역시 숙제를 안 하고 어디를 가는구나! 농구하는 친구는 대답을 듣고 좀 더 맘 편히 농구를 하겠지? 친구 2. 의 대답은 과연 진실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