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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미 Oct 15. 2024

나는 베이비튜터입니다.

아이들이 뿜는 에너지 중독자

일주일에 서너 번, 어린이 집에서 하원하는 4살 친구와 세 시간씩 보냅니다. 첫 만남 때 그는 18개월이었어요. 아직 말을 하지 못했는데, 아이의 엄마는 지인의 말문 트인 여자아이를 보며 살짝 초조해진 마음을 내보였습니다. 나는 당연히 얼마 안 되어 재잘거릴 거라고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큰소리쳤어요.

말은 못 했지만 똘망한 눈을 깜빡이며 "어!" "어!" 혹은 끄덕끄덕 선명하게 반응하는 귀여운 아가였습니다. 나는 놀이를 하며 쉴 새 없이 말했어요. 우리의 대화는 이런 식이였습니다.


“**이 자동차 좋아해요? 끄덕끄덕, "으응, 좋아하는구나! 나도 그런데~?! 또 어떤 차를 좋아할까? 나는 애앵 애앵  불자동차, 소방차가 멋진 것 같아! 차에 사다리도 달렸어요! ***이도 소방차가 마음에 들어요???" “어” "그럼 이번엔... 이 차는 어때요? 이 차는 삐~요, 삐~요!  아야, 아야, 아픈 사람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구급차!.... " 이렇게 집에 있는 모든 자동차들과 함께 한참을 놀아요.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물론 그림이 많은 책들이에요. 씌어진 글자보다 훨씬 더 많이 읽으면서 이야기합니다. 페이지마다 그려진 그림을 보며 질문도 하고, 함께 감탄도 하면서요.


처음 아기 엄마를 만났을 때, 장난감 피아노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책을 읽다가 개구리가 나오면 개구리 노래를 보르고, 토끼가 나오면 산토끼, 다람쥐가 나오면 또 다람쥐 노래를.... 피아노를 치며 불렀습니다.

당시'브라운 베어'라는 영어 이야기와 노래 시디를 아이가 많이 들었는데 피아노를 치며 함께 부르니 정말 좋아했어요. 하원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신발을 내 팽개칠 때면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현관에 신발두 개가 똑같으지!"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함께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었어요.


아이의 말문은 정말 폭포수같이 터졌습니다. 함께하는 놀이의 즐거움은 날로 날로 커졌고요. 저에게 아이의 안전 다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입니다. 놀아준다는 생각을 가지면 '일'이 되어 힘이 듭니다. 함께 논다'는 마음이 되면 정말 시간이 휘익 지나갑니다. 서로의 표정에 웃고, 소리에 웃고, 이렇게 많이 웃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제야 피곤함이 몰려와요. 어느 날은 너무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잠기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받은 에너지로 거뜬히 또 하루를 벌었습니다.


예쁘게 공손히 말하는 것,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옳지 않은 생활 습관을 차분하게 교정하며 설명해 주고 또 해주고 또 해주고 그리고 칭찬으로 크게 아주 크게 돌려주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뿌듯한 열매가 맺혔어요. 엄마 아빠가 수고하는 시간에 그들의 온 세상인 아이를 맡아 함께 보내는 시간은 감히 서로에게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나는 베이비 시터입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 나는 튜터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어 오늘은 제목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신기한 일은 나는 아이들의 금사빠이고 아이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천직이 이런 걸까요? 그 친구에게 엊그제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멋진 형아와 함께 건강하고 아름답게 쑥쑥 자라기를 축복합니다. 또 다른 차원의 세상으로 펼쳐질 이 가정에 기쁨과 평화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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