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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작가 Jan 22. 2024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지 않는 이유

스포츠 중에서는 축구처럼 한 경기에 선수 교체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농구나 핸드볼처럼 수시로 같은 선수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종목도 있다.


교체의 이유는 다양하다.

가쁜 숨을 달래기 위해서, 경기의 흐름과 작전을 바꾸기 위해서 또한 문책성도 있다.

예전엔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흔히 말하는 문책성 교체라는 해설진의 멘트를 자주 듣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관중인 나의 기준과 눈높이로 봐도 명확한 실수나 본헤드플레이(bonehead play)를 해도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서 교체를 하더라도 곧바로 눈에 띄게 교체하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때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요즘 조직 내에서 중요시 하는 개인에 대한 배려, 존중, 실패 학습의 기회부여 트렌드가 격한 그리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스포츠의 승부 세계에서도 선수들의 사기, 심리, 동기 그리고 팀 사기등을 감안하여 생긴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곧바로 문책성 교체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사자인 선수도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다른 선수나 관중 모두 그 선수의 실책과 부족함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약에 타인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본인이 교체하지 않는 조치를 아무 잘못도 없는 면죄부로 생각하고 넘어간다면, 아마도 영원히 그 선수가 팀에서 온전히 뛰는 것을 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감독도 감독이지만, 같이 뛰는 선수들이 더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나보다 못한 선수가 실력 외적인 이유로 바늘구멍 같은 주전의 자리를 꿰차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것이고 팀워크는 엉망이 될 것이며 리더십의 공정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으로 신뢰가 무너질 것이다.


결국 실수한 선수를 교체하지 않는 것은 만회할 수 있는 기회와 자성, 스스로의 새로 고침 기회를 주는 것이지, 무작정 용서하고 덮고 넘어가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곧바로 교체하지 않는 것은, 즉시 교체하여 문책을 하는 것보다 대상자에게 훨씬 더 높은 지적, 정신적 의지와 동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매우 고급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인성, 태도, 역할인식이 부족하여 이런 고급 기술을 활용할 수 없는 구성원에게는 실수와 동시에 곧바로 교체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 중 하나일 거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본질은 잊히고 껍질만 남은 자율, 배려, 존중, 수평문화의 허상 위에서 여전히 교체되어야 할 선수들이 아무런 자성과 개선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지는 않은가?


스포츠처럼 경기 중간에 교체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경기가 끝나고 나서 다시보기를 통해서 잘못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넘어가야 한다, 개인과 팀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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