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Run it !!!
공감 능력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대입니다.
21세기 AI와 공존하는 요즘에 새로 만들어진 풍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강조하는 것도 '입장 바꿔 생각해 봐'이니 공감과 이해 능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두 명 이상이 모인 사회생활에서는 꽤 필요한 기능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년 7월부터 저녁 시간에 밖으로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첨에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시원한 저녁 바람 맞으며 빠른 걸음의 산책 수준이었고, 한두 달 이후엔 조금씩 달리기로 진화하면서 덩달아 거리도 늘어서 처음엔 5킬로미터 남짓이었던 하루 운동 거리가 지금은 컨디션 좋은 날은 10킬로미터까지도 뜁니다.
살면서 운동 신경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 중 가장 힘들었고 부진했던 건 오래 달리기였습니다.
지금은 맘 잡고 달리면 8~9킬로미터는 달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거의 50분 내외)
이렇게 운동 특히 러닝의 문외한이자 러닝과 무관한 삶을 반세기 가깝게 살아온 제가 러닝을 일년 가까이 하면서 러닝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몇가지 사실에 대해서 공감과 이해가 생겼습니다.
즉, 러너들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생긴 것이지요.
천변 산책로는 대부분 성인 기준 서너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가로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 폭을 차선도 없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교행하고 있습니다. 그 산책로로 러닝을 하다 보면 마치 초등학교 시절 오락실에서 하던 위에서 내려오는 장애물 피하기 게임 마냥 사람들을 피해 달려야 하며, 심지어 반대편 방향에서 뛰어오는 위험한 유성인(流星人)들은 더 신경이 쓰이고 가끔은 사고의 위험까지 느끼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을 피해서 뛰면서 알게 된건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절대로 똑바로 걷질 않아서, 내가 뒤에서 피해 가려고 하면 발걸음 소리를 듣고 꼭 방향을 바꿔서 급선회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전거와 요즘은 전동 퀵보드까지 합세하여 위험하기는 하지만, 자전거가 뜸한 야간에는 자전거 도로 한편에서 뛰곤 합니다.
운동하면서 몸무게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의학적 정상 체중보다는 거의 10킬로 가까이 과체중이고, 주관적인 몸무게 기준으로도 5킬로그램 정도는 더 빼고 싶습니다.
러닝은 걷기보다 5배 이상 무릎, 허리와 다리 등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참 달리다 보면 고관절, 무릎, 발목에 은근한 부담과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부상이 올까 걱정도 되고요. 그때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운동화 밖에 없습니다.
저도 장비 사는 건 매우 소극적이지만, 큰 맘먹고 장만한 러닝화에 제 몸무게의 하중을 견뎌주길 기대하며 한 발 한 발 내딛게 됩니다. 러너들의 부상을 막아주는 것도 운동화요 부실한 운동화가 자주 발바닥, 발목의 부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러너들은 러닝화 구입에 진심입니다.
수많은 운동 중 러닝만큼 원시적인 운동이 있을까요?
장비도 없이 오로지 내 몸과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 러닝입니다.
또한 본인이 감수만 한다면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춥든 덥든 할 수 있는 운동이 러닝입니다. 그만큼 몸이 고달프기도 합니다.
달리는 내내, 한 순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쉼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자전거도 페달을 밟고 지형이나 관성에 따라서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러닝은 멈추지 않는 한, 단 일초도 러닝 중에 쉴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숨이 차고 허리, 다리, 고관절이 아프면서도 '더더더'하면서 한발 한발 내딛는 이유는 그 성과가 올곧이 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장비의 도움없이 나의 의지와 몸으로 이뤄낸 거리와 속도는 오직 나의 성과입니다.
그래서 나이 앞자리가 '5'로 바뀌는 이즈음에 뭔가 목표가 흐려져서 오는 생활의 긴장이완과 게으름에 적당한 텐션을 부여하기에 딱 좋습니다.
물론, 병원 혈액검사 때마다 정상범주를 벗어나던 내 혈액검사 지수(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등)가 정상범위에 드는 기적을 맛보는 기적은 매우 큰 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