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by pyj


오늘도 설희는 분주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화장실도 거의 가지 않았으며 점심도 혼자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커피를 마시러 회사 밖을 나가지도, 동료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 종일 분주한 기계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언제나처럼 지저분한 텀블러가 들려 있다. 이전의 회사에서는 들려오는 추문은 없었다. 그저 그녀가 베푸는 자잘한 친절들로 복사기에서 A4용지가 떨어지는 일도, 탕비실에 먹다 남은 설거짓거리가 쌓이는 일도 없었다. 회의자료는 항상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고,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사소한 일들도 그녀 덕분에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어제도 오늘도 그저 똑같은 하루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그녀의 텀블러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저 특이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자잘한 편리함에 만족할 뿐이었다.

뉴스에서는 오랜 가뭄으로 발생한 여러 질병과 빌라 화재로 1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여러 날 동안 전해졌다. 그리고 몇 개월째 실종 상태인 젊은 20대 여성의 소식도 간간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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