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중지! 아군이다.
최근에 알바를 하던 중에 같은 회사에서 알바를 하던 분 한 분이 그만두셨다. 표면적인 이유는 급하게 본가로 내려가게 됐기 때문이었지만 합리적 의심으로 실질적 이유는 전날의 실수 때문인 것 같다. 손님의 물건을 계산할 때 실수를 해서 거스름돈을 돌려드리지 못했다.
하필이면 외국인 손님이 현금으로 계산하고 가셔서 나중에라도 돌려드릴 수 없었다. 액수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그 돈을 처리하는 것이 굉장히 번거로웠기 때문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 알바분이 근무시간 중에 휴대폰을 자주 봤는지 몇몇 직원들이 굉장히 안 좋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도 원래 내가 퇴근하고 나서 출근하기로 했는데 출근하기 몇 시간 전에 그만둔다고 했다. 그만둔다는 연락은 사장님께 했는데 직원이 그만뒀다는 소식을 알고 있던 걸 보면 직원 단톡에 공유됐다보다.
그날 같이 일했던 직원도 그 알바가 싫었는지 내가 퇴근할 때까지 그 알바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했던 얘기는 계산을 하면서 실수를 하는 건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일머리가 없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냥 단순한 실수였을 뿐이었다. 일단 그 알바분이 사용한 포스기는 받은 현금을 넣으면 돌려줘야 하는 거스름돈이 표시되지 않는 구린 포스기였고 외국인 손님이 주문하면서 여러 가지를 얘기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고 게다가 그 알바분의 나이는 이제 20살이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알바분을 비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하면 '실수는 잘못인가?'라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얘기하지만 실수는 절대, 절대 잘못이 아니다.
만약 실수가 잘못이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성경적인 관점에서 맞는 얘기긴 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겨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고 지저분한 정도가 다를 뿐 지저분한 건 똑같기 때문이다.
실수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두 경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그 잣대를 자신에게도 대어 끊임없는 자책을 반복하는 사람, 나머지 한 가지는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전자도 안쓰럽지만 후자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고치려고 시도하겠지만 자신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부족을 채울 수 없다. 차라리 그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고치는 데 사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내가 실수가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도 사실 우리는 사람인 이상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경적으로 봐도 우리가 죄인인 이상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 사람을 만드실 때도 각자에게 맞는 달란트와 은혜를 주셨지만 100% 완벽하게는 만들지 않으셨다. 이런 사람에게 성경은 한 가지 목표, 전진만을 위해서 노력하라고 말씀한다.
창세기 17:1
"아브람의 구십 구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여기서 말씀하는 "완전"은 100% 완벽한 상태를 말씀하지 않는다. 내가 존경하는 목사님은 이 완전을 '한 가지 일에 변함없이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애초에 우리가 100%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하나님은 아시기 때문에 우리가 목표해야 하는 것은 한 가지일 뿐이다. 그리고 이 한 가지는 사람의 분량마다 다르겠지만 절대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기 위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싸워나가야 하는 적인 '환경'과 '시스템'이다. 사람이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면 환경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또는 없앨 수 있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일 것이다.
습관을 만드는 원리를 얘기하는 책들을 보면 좋은 습관을 쉽게 만드는 법을 여러 개 소개하는데 그중 제일 기본적인 방법이 바로 '쉽게 실행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책을 꾸준히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활동하는 모든 곳, 예를 들어 집 책상이나 사무실 책상, 출퇴근 때 들고 가는 가방에 책들을 놓으라고 말한다. 눈에 자주 보이면 더 자주 생각나고 손이 가기 때문이다. 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휴대폰이나 프로그램을 치우거나 지우라고 한다.
나는 이 책들을 보면서 이 작가들이 일반 사람들보다 더 부지런하고 알차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의지력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들이 고백하기를 '자신들도 의지력이 부족하지만 그저 자신들의 의지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환경으로 만들 뿐'이라고 했다. 이런 얘기는 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는커녕 우리도 그렇게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했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이런 사람들도 의지가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비난하지 않는데 우리가 뭐라고 서로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냥 아꺄 얘기한 것처럼 우리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실수를 막아주고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지금 열심히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이유도 사람을 더 편하게, 온전하게,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니까 이런 걸 잘 활용하면서 서로서로 파이팅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