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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Jan 08. 2024

어??? 어!!!!

1. 갑작스러운 임신, (5주 차) 나는 아빠다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사족으로 나의 근황에 대해서 말을 해보겠다. 일단 결혼 전 그리고 신혼 초, 블로그와 브런치를 운영하며 슬슬 글쓰기 플랫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글을 쓰는 데 조금씩 나름 재미?를 붙여 나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거기다 앞에 앉아만 있어도 '기부니'가 좋아지는, 조금 과분한 장비인 2017 아이맥 27형이 나의 블로그 활동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본업은 평범하고도 평범한 회사원, 조직 내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과 배움이 필요했고 거기다 필요한 자격증 공부까지 해야 했기에 잠시 접어둬야겠다는 다짐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활동을 갑작스럽게 중단하게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주로 쓰던 글의 주제들이 독서에 대한 요약이었기에 책을 읽는 것에도 재미를 잃어 독서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다시 나의 점심시간은 유튜브 삼매경, 웹툰 감상으로 자격증 공부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탈출구가 되어 버렸다. 


나의 근황을 몇 줄로 요약해 보았다. 그런데 독자분들께서 "왜 돌아왔는가? 자격증을 땄는가?"라고 물어보신다면, "아직, 곧 시험을 앞두고 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그럼 무엇 때문에 돌아왔는가? 소제목을 보셨듯 그렇다. 나는 아빠가 되었다. 아빠가 된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사건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브런치에 다시 돌아왔다. 이미 싸늘하게 죽어버린 블로그도 다시 운영해 보려고 노력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여하튼, 이제 아빠가 되어버린 나의 '썰(SSUL)'을 풀어보려 한다. 산모일기처럼 매일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매주 써보려 노력해볼까 한다.   


아이를 갖기 전 아내가 만약 임신을 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일단, 기쁜 일인건 확실하니 "우와!!! 축하해!!!" 이런 반응? "끼야아아ㅏㅏㅏㅏ" 이런 반응?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좀 무딘 내가 미리 생각해 봐야 저런 반응을 표현하기 힘들 테니 흔히 생각하는 '그때 돼서 나오는 감정대로 가자.'이렇게 생각을 맺었다. 그러나 사건은 항상 예상치 못하게 닥쳐오는 법이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라는 통지를 받고 아내가 건강검진을 받으니 자궁에 특이점이 있다는 소견을 받고 산부인과를 찾게 되었다. 첫 방문 때 당연히 초음파 진단을 했고 그 특이점은 난소낭종으로 밝혀졌다. 아내가 마침 일을 쉬고 있어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바로 수술일정을 잡았다. 수술일은 약 4주 후, 우리는 평범하게 나날을 보냈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수술일이 다가왔다.  


아내에게 필요한 짐들을 챙겼고 나도 병시중을 위해 하룻밤을 잘 계획이었기에 짐의 양이 좀 되었다. 아침부터의 산부인과의 주차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출산율 0.8%의 나라의 산부인과가 왜 이렇게 복잡한 것인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뒤로하며, 주차장에 겨우 주차를 하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수술 담당의를 만나기 전 간호사와 간단하게 컨디션 체크를 하던 중 생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아내의 원래 주기를 좀 지난 시점이었지만, 집에서 개인적으로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서 임신이 아닌 것을 확인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만약이란 일이 있으니 병원에서 임신테스트를 받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임테기에는 2줄이 떠있었다. (이때부터 난 멘붕의 상황이었다.) 혹시나 잘 못 나온 것일 수도 있으니 혈액검사를 해보자고 해서 아내의 피를 뽑고, 2줄이 선명한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수술담당의사에게 초음파 진단을 받으러 갔다. 의사를 보자마자 임신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말했는데, 의사는 당연히 임테기가 한 줄이라 생각했는지 다른 얘기를 시작하려 해서 재차 우리 부부가 임테기가 2줄이란 언급을 했다. 이내 초음파 진단으로 '아기집'이 보였고 시간이 더 걸렸지만 피검사도 아내가 임신 상태란 것을 말해 주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된다면 드라마나 영화 속 남편들처럼 축하해하거나 환호성을 지를 얘정이었는데, 이건 너무 예상밖이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게 되었다. 심지어 난소낭종도 아직 있는 상황이었다.(얘기가 길어질까 봐 생략했지만 크기가 좀 큰 상황이었다.) 요즘 난임부부가 많아서 그런지 담당의도 간호사들도 난소낭종보다 임신에 대해 축하의 말을 거듭하고 다음 주에 초음파 진단을 하러 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가버렸다. 수술을 하려고 다짐하고 병원에 온 우리 부부를 뒤로하고 말이다. 






5주 차, Leica d-lux 105



수술을 앞두고 임신이라니... 당장에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아빠라니, 아직 철들지도 않은 것 같은 데 모든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당황스러웠다.

앞으로는 좀 더 아빠 다운 면모를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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