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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Jan 02. 2023

새로운 시작

잘 가거라 2022년 

2022년이 가고 2023년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나였으면, 이맘때쯤에 풍기는 '새로운 시작'의 신년 분위기에 덩달아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설렘 가득 찬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순수함을 잃고 30대의 사회생활에 찌들어 버린 나는 어제(2022년 12월 31일)나 오늘(2023년 1월 1일)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다. 그저 하루해가 지고 다시 해가 떠오른 것일 뿐인데 다들 왜 그리 호들갑인가 싶은 생각을 한다. 


특별함이 없는 그저 그런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문득 내 방 밖을 지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2022년은 내게 특별한 한 해였구나라고 다시금 생각을 고쳐먹으며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2022년 중 가장 특별한 일 몇 가지를 꼽으라면 하나는 아내와의 결혼이다.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예식장을 들어갔다 나오면 결혼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다.(아주 어린 시절) 그러나 실제로 경험해본 결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예식장을 고르고 예복을 고르고 예물을 정하고 등등의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런 선택들은 결혼을 좀 더 현실적이게 만들었고, 결정을 잘못하는 나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다음으로 가장 큰 난제였다. 이런 순간순간 마다 아내는 내 선택을 존중해주었고 내가 선택하기까지 기다려 주었다. 너무나 감사한 사람이다.


 



그리고 2022년은 새로운 만남이 있었던 한 해였다. 아내와의 만남이 내게는 아내의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밀하게 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그리고 아내와의 결혼을 하게 되며 친구들과 부부모임을 가지는 기회도 있었는데 이는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친구들에게 내 소중한 가족을 소개하는데, 말투부터 공손해지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그 어색함은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2022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층 더 성장하는 한 해였다. 신뢰가 두터운 직장 상사의 떠남을 경험했고 나와는 스타일이 안 맞는 상사가 왔다. 게다가 새롭게 온 그 직장 상사는 전에 있던 곳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을 데려와서 중요한 일을 맡기며 뭔가 더 챙겨주려 한다. 약간 서운함을 느끼면서 한편으로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새롭게 온 상사에게는 이 사업부가 새로울 것이고 어쩌면 두려울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의지가 되는 믿을만한 사람 한 명이라도 있음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겠는가? 


따로 이야기를 못 적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에게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나는 승진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부서이동이 결정되었다. 약 2년의 시간 동안 내 일상처럼 익숙해진 일을 떠나 새로운 부서로 갈 준비를 하니 내 마음속에는 '그 부서에서 내 포부를 펼쳐 보이리라.'는 자신감과 설렘 그리고 미지의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지금은 내 일을 배우는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중이다. 아직도 내 일 같아서 그런지 후임자의 일 처리가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자리. 좀 더 내려놓음이 필요하고 집착을 떠나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2022년에는 내 인생 최초로 교통사고도 경험했다. 우회전을 하려고 서서 기다리는데 뒤에서 오는 차가 내 차를 박았다.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40분 동안 보험을 부르지 않자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결국 그 사람은 음주운전을 한 것이 밝혀졌다. 무려 2번째 음주운전이었다. 그분은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결국 벌금과 합의금으로 값비싼 술을 드시게 되었다. 연말의 망년회, 연초의 신년회 공적이든 사적이든 술자리가 많은 시기이다. 음주를 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대리운전을 불러서 귀가하시길 바라며 가급적이면 술이 없는 건강한 회식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여기 적지는 못 했지만 2022년을 돌이켜보니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지나가버린 일들, 조만간 기억도 나지 않을 저 깊은 추억 속으로 잠겨버릴 일들에 아쉽게 생각하며 미련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일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앞으로 다가오는 2023년에 겪을 새로운 일을 기대하며 과거에는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으며, 그저 과거의 일들은 과거에 두고 다시금 앞을 보며 한 발짝 내딛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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