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미어샤이머 역시 왈츠의 구조적 현실주의의 방법론과 체계를 모델로 차용해 간결하고(laconic) 일정한 논리성과 엄밀성을 무장해 현실을 그려내고자 했다. 수학에 재능이 있어 학부와 석사를 각각 수학과 경제학으로 마쳤던 왈츠와 유사하게, 미어샤이머도 소싯적부터 수학에 두각을 드러냈으며, 그의 1981년 박사학위 논문은 게임이론과 행동경제학을 접목시켜 어떻게 재래식 억지력에 ‘실천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를 논하고 있다.
라코니아 지역의 스파르타인처럼 말한다는 의미의 laconic.
구체적으로, 미어샤이머는 그의 박사논문에서 게임이론 상의 합리적(rational) 행위자 원칙 기반의 방법론을 지향하면서도, 전략적 함의를 다루고자 사례연구(case-study)를 활용해 현실을 재구축하는 시도를 행했다. 특정 역사적 사례를 선별해 연구하는 것은 곧 정책-적합적(policy-relevant)이고 명확한 인과관계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불확실성의 한계가 있음에도, 기존 이론의 적합성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리고 연구 속에는 상대방 의도의 불확실성을 다루고 있었다. 이러한 탐구 방법은 리델 하트(Liddell Hart)에 영감받아 학위 논문 발간 직전에 출판된 전격전(blitzkrieg)과 병력의 공격적 운용에 대한 그의 저작물에서도 드러나며, 이후 왈츠의 이론을 공격적 무기의 운용 측면에서 세련(細漣)할 토대를 마련해준다.
전차의 바퀴가 바로 우리에게 신해철이 소속된 밴드로 익숙한 무한궤도(caterpillar tracks)이다.
이론화와 시간을 관통하는 정답에 천착하는 그의 태도는 박사 논문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신진학자임에도 그의 입담은 거침없었는데, 변주하는 시대 속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패턴을 제시하는 논문들에 있어 당연한 사실을 제시한다며 호전적으로 논쟁을 밀어붙이는 것을 즐겼다.
1988년에 출판한 “리델 하트 사상이 현대사에 미친 영향(Liddell Hart and the weight of history)”의 서문에서도 그의 이러한 인식체계가 돋보이는데, 리델 하트는 그에게 오랜 시간 연구 의욕을 북돋아 주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그(리델 하트)의 이론은 엄연히 특정한 맥락에 의해 형성됐기에 현재의 적용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본인(리델 하트)의 개인의 확정된 이익을 비호하기 위해 역사를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기만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국내에는 "리델하트 사상이 현대사에 미친 영향"이라고 번역 출간되었다
그렇기에 평화와 전쟁에 모든 여지를 열어놓은 왈츠 식(式) 합리성은 분명 미어샤이머에게 의도의 불확실성과 합리적 행위자를 제시하지 못한 그의 한계로 짚어졌을 것이다. 특히, 국가의 도덕(virtue)에 대한 모호한 대답을 내놓은 왈츠에게 마어샤이머는 국가의 선호에 대해 게임이론의 합리성을 제시한다. 언제나 전략적으로 최선의 이익을 노려야 하는 게임이론의 논리에서, 왈츠의 이론은 체제가 알아서 처벌해 줄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입각한 고전경제학의 논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공격 대상은 비단 방어적 현실주의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자유주의적 제도주의자와 계량경제학에 천착한 관리 당국에게도 향했다. 게임이론에 기반한 논리는 파생되는 경우의 수를 엄밀하게 갈파했다. 이로써 미어샤이머는 대외정책과 국제정치를 분할하지 않은 채, 국가 선호에 대한 훨씬 더 높은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논쟁적이었지만, 국가가 주권 보존을 위해 생존(survival)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권력극대화를 선호한다는 가정을 집어넣음으로써, 전략적 현실주의 모델의 모호성을 불식시켰다.
미어샤이머에게 가장 지탄을 받았던 인물 중 한명인 맥나마라(McNamara) 전 국방부 장관
나아가 미어샤이머는 왈츠와 마찬가지로 주권 수호의 절대반지 격인 핵의 중요성을 원용하지만, 왈츠와 달리 한계적 의미로서의 주권(sovereignty)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주권의 절대적인 수호를 중추로 두며 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 절대성의 기저에는 과잉민족주의(hyper-nationalism)와 자결권(self-determination)의 원칙이 깊이 내재해 있다. 그렇기에 핵은 고립되는 한이 있을지라도 절대 사수해야만 한다.
한편, 미어샤이머는 핵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핵을 가지는 상황을 주권을 수호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으로 가정하는, 현실적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모순(矛盾)에 갇힌다. 무엇보다 그는 사고실험을 통해 핵 보유가 곧 주권수호에 위상을 제고한다고 말하지만, 스스로가 모든 국가가 핵을 보유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사고실험의 답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에 맹점이 존재한다. 모든 국가가 핵을 가지게 된다면, 현재 핵이 가지고 있는 시사점은 더 이상 시사하는 바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이론 상에서의 합리성에 대한 탐구와 육군력의 공격적 운용에 대한 정책-적합적 연구는 이후 2001년에 발간된 그의 주장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의 발간으로 이어진다. 왈츠가 가정한 국제체제의 무정부성과 국가의 생존 추구에,상대방의 의도(intention)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군사력의 공격적 운용의 상수, 그리고 합리적 행위자(rational actor)로서의 국가는 비용과 편익을 계산한다는 3가지 가정을 접목시킬 단초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도 한계점이 존재한다. 시스템 내에서 권력극대화를 선호하기에 지역패권을 향유하라는 그의 제언은, 지역패권으로 팽창한 이후 다른 지역에 세력균형화에 대한 간단한 논의만 있을 뿐, 그 이상의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 평소 엄밀한 설명을 지향하는 미어샤이머답지 않게, 역외 지역패권국이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로서 어떻게 세력균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별 설명이 부족하다.
가령, 인지적으로 대륙을 분할한 지역의 구분이 무색하게 지정학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근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지역패권을 추구하는 현상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의 주어진 논의의 끝에는 문제해결의 의지보다는 ‘공격’ 지향적 동기만 존재한다. 또한, 강대국 간의 위협 수준이 서로의 의도에 대한 평가가 아닌, ‘공격적’ 역량을 ‘수치화’한 권력의 분배(distribution of power)에 따라 달라진다는 내용은, 공격적 역량이라는 주관적인 가치에 객관성을 담보한 숫자라는 외피를 다시 입혀 동어반복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요컨대, 미어샤이머는 왈츠가 깔아놓은 틀 속에서 철저히 게임이론에 기반해 현실의 구체성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노력했다. 만능열쇠(passepartout)에 천착해 온 그답게, 01년 출판 직후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의 “미국은 외교 정책이 필요한가? (Does America Need a Foreign Policy?)”에 대해 “문제의 진단은 명징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의 회의감에 가득 찬 채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며 설득력이 낮다”는 서평을 남긴다. 서평 속 키신저의 세계관을 유지를 위해서는 위협(threat)적인 존재가 있어야만 한다는 답변과 함께, 그는 냉전 종식 이후에도 여전히 권력정치(power politics)와 공격성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논의를 넘어, 이제는 위협의 끝에는 비극이 종점이며, 이는 불가피함을 설파하는 것에 박차를 가한다.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는 모든 강대국에 균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소수의 가정들을 상정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설적이지만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는 건, 논리상 그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국제시스템의 구조는 국가가 패권을 희구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도록 제약한다던 말과 달리, 2002년 부시(G. W. Bush 이하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개입에 대한 반대 성명을 게재한다. 본격적으로 미국 정책 결정에 비판을 제기하며 실천적 참여를 전개한다.
키신저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모티브 중 한명이 된다.
이는 미어샤이머에게 현실과 추상(구조)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차츰 역기능으로 그 스스로가 모순에 빠지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