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샤이머의 비물질적 가치에 대한 중시는 국내정치에 멈추지 않고, 구조를 바라보는 경우로도 전염된다. 그의 이론 논리상 모든 순간이 위기와 위협인 미어샤이머에게 잘잘못은 위기를 인지하지 못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다.
크림반도 사태가 발발 당시, 중동지역에 개입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정책들이 자유주의적 이상에 젖어 예전부터 잘못됐는데 왜 아무도 이를 간파하지 못했냐고 질타한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그는 더이상 예리하지 않다. 귀납적인 사례 제시로 사담 후세인은 합리적인 전략가이기에 억제(contain)될 수 있다는 말과 달리, 이념적이고 정신적인 요소에 경도된 나머지 어느새 미어샤이머는 자기 머릿속에서 구상한 전략적 분석을 푸틴은 철저히 행한 1급(first-class) 전략가라고 비호한다.
나아가, 정신적으로 자유주의적 가치에 젖어든 미국과 유럽의 리더들이 무심코(unknowingly) 우크라이나의 침공을 유발했다고 말한다. 가치 전파의 첨병에 NATO, 유럽(European Union, 이하 EU)를 지적하면서, 이들이 동유럽으로 확장됨에 따라 러시아가 위협을 느껴 크림반도를 공격했다고 언급한다.
이제 그는 역으로 미국 지도자들이 자신의 실용정치(realpolitik)를 완전히 수용하면, 미국과 세계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선험적으로 가정한다. 한편, 정작 그가 피력한 해법에는 외교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과 완충국(neutral buffer state)만이 유일한 답이라는 미봉책을 제시한다.
이전에 미어샤이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 평화적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유럽의 안정자로 주둔하고 있기를 빌어라 경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은 오바마 행정부의 사실적인 크림반도 병합의 인정과, 별도의 물리적 개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밖에 없었다.
물론 NATO 가입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이슈를 역으로 본인이 평화유지자라고 자랑한 NATO가 팽창해서 문제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양가적이지만, 충분 피력할 수 있는 주장이다.
과거 그는 유럽이 평온한 이유로 미국 주도의 NATO 덕분이라 강조해 왔고, NATO의 존재의의는 러시아에 의해 완성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어샤이머는 유럽과 미국이 일괴암적(monolithic)이라고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는 유럽국가들이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역량을 투사할 능력도 사라졌거니와, 미국과 달리 제국주의적인 생각을 지양하기에 현실적으로 현상을 바라본다고 평했다. 하지만 크람반도 사태가 터진 이후, 그는 서유럽과 미국을 일괴암으로 묶어내 이상주의자적 몽상에 젖은 조직으로 간주하며, 과도한 동진이 문제를 낳았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일괴암적 접근법의 연장선에서 미어샤이머는 NATO뿐만 아니라 EU의 확장과 민주주의의 전파가 러시아의 위협을 가중했다고 반론자들에게 재반박하며 책임을 면피한다. 하지만, 그는 이미 2010년에 EU가 활용할 군사력이 부재하고, 기 형성된 규율을 탈선하고 싶어 하는 국가들의 집합이라 폄하한다. 마찬가지로 서유럽 국가들이 동유럽 국가들과의 안정적인 이유도 민주주의의 전파를 통한 평화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제시하면서, 유럽대륙이 안정적인 이유는 오직 나토가 확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다시 말해, 미어샤이머는 EU와 민주주의 가치 전파는 안정(반대로 위협)의 원인으로 제시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음을 인정했다. 한편, 크림반도 사태가 터지면서 자신의 발언을 4년 만에 뒤집어 이제는 비물질적 요소도 위협 대상이라 지목하고 있다.
설명을 위한 설명 속에서 여태껏 자신이 피력한 ‘이론’에 반대되는 요소마저 끼워내 자신을 변명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제도와 가치의 확장이 곧 위협이라고 설파한다.
하물며 설령 서방의 동진에 위협을 느껴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크림반도를 병합했다면, 과연 미어샤이머의 1급 전략가 기준이 매우 관대함을 추론할 수 있다. 그의 이론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의 논리를 적용하게 되면, 오직 바보 같은 (misguided) 국가만이 생존할 국력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구조 속에서 패권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이다.
즉, 패권국이 될 기회를 놓치는 강대국은 바보인데,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즉 패권국이 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하게 된다. 이 추론은 역설적으로 그가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자만심 섞인 섣부른 판단으로 결론으로 돌진하게 만든다.
미어샤이머 스스로 언급했듯, 당시 미국은 러시아와 2013년부터 이란 핵 합의를 위해 공조하고 있었으며, 시리아의 상황을 안정화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었고, 미군들은 러시아 영토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장비를 철수하는 중이었다. 이에 그는 언젠가 부상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더욱 가까워지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제언한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동진에 따른 위협이나, 패권국이 될 기회를 놓치는 것에 위협을 느낀 푸틴이 크림을 병합했다는 추론보다, 미국과 러시아의 모종의 거래가 존재했다는 식의 세부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그에게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에게 지적되어온, 우크라이나와 내부의 정치담론 부재와 부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어샤이머는 이와 관련된 별도의 심도있는 글이나 강연을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