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샤이머 저작의 비판적 검토와 그의 모순성 제시 IV

1979년부터 2019년까지

by Belleatriz

IV.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넘어, 현상에 꿰어지는 이론

좌: 미어샤이머, 우: 왈트

분명 미어샤이머에게 2010년대 초까지는 그의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기간이었다. 구조 자체만을 봐야 한다는 나름의 변명과 함께, 국내정치에 문제점에 관해 실천적 논증을 펼쳤고, 이미 일어난 사건에 과도한 개입을 행하지 말았어야 함을 원용하며 미흡했던 역외균형 구상에 설명을 보충해 간다. 게다가 언제나 결론으로 먼저 내달려가는 이론을 미처 부상하지 않은 중국을 잠재적 위협 대상으로 미국 내부의 위기 때마다 표적으로 끄집어내 구체화했다.

특히, 미어샤이머가 미처 풀어내지 못한 역외균형에 대한 구상은 2000년대를 반추하며 10년 동안 있었던 자신의 논점을 요약한 “Imperials by design”에서 제시한다. 관련 부분만 간략히 소개하자면, 그는 크게 위협의 논의를 가중한 지역 2곳과 안정 지역 1곳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중동지역, 동아시아지역이고, 후자는 유럽지역이다. 기술되었듯, 중동지역은 실천 담론에 대한 하나의 표본으로 활용된 반면, 동아시아지역은 이론화된 그의 주장을 더 위협적인 수사로 발전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유럽은 그의 역외균형 상태가 이론 상 가장 안정화된 상태를 반증하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한편, 미어샤이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인해, 점차 이론이라 자부할 일관성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그의 역외균형 구상에 있어 위협의 발생지는 유럽이 아닌, 동아시아여야 했기 때문이다. 미어샤이머는 이전에 역외균형전략은 역내패권을 갈망하는 국가들을 견제하고 싶은 지역 내 국가들의 요구사항에 힘입어 미국이 동맹국들에 핵우산을 확장적으로 약속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이하 NATO)의 확장을 긍정적으로 여겼다.

지역 내의 독자적인 억지력을 가질 가능성을 줄임과 동시에, 핵우산 보장으로 역내 패권국 견제를 달성해 전쟁을 '제한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제한적이라는 의미가 곧 전쟁을 배제하지 않아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내포하기에, 그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고 옹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어샤이머는 본인의 주장과 예측과는 다른 실제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기 위해 자기가 가지고 있던 중심을 차츰 벗어나기 시작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종국적으로 자기자신마저 찌르는 모순을 드러낸다.


(1) 현상에 맞춰가는 이론으로 원용한 주장들

미어샤이머는 먼저 물질적인 계측만이 현실주의이자 국력의 요체라고 언급한 기본공리부터 흔든다. 이 과정에서 국제관계를 국제관계 자체로서 톺아보고자 한다는 변명의 소지는 사라져간다. 오히려 국내정치에 더 방점을 두며 구조를 쳐다보기 시작한다. 또한, 위협에 대한 근거도 객관적인 수치에서, 주관적인 요소로 변모한다. 가령, 이스라엘 로비(Israel Lobby)에서 미어샤이머가 장기로 삼았던 수치화된 지표제시를 통한 물질적 단위에서의 분석 및 외교정책의 난점을 짚어내던 이전에 비해, 거짓말과 전략가 기질과 같은 주관적 요소가 가미되는 비물질적 단위로 현행 정부에 논평을 가하기 시작한다.

이는 부시가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직후에 출판한 “왜 리더는 거짓말하는가? (Why Leaders Lie)”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국제정치에서는 거짓말이 잘 일어나지 않는 반면, 국내정치에서는 리더들이 거짓말을 왕왕한다는 말과 함께, 부시 행정부의 면피성 발언과 이중적 행보에 비판한다.

같은 논리로 관타나모(Guantanamo) 수용소의 인권침해나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기밀 폭로 사건에 급급히 변명하는 오바마 정부는 준법정신(legal mind)이 부족하다고 비평한다. 국내정치에 대한 그의 논평은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면 정점에 달한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일 적, 지금까지의 미국 외교정책의 실책은 외교정책 커뮤니티 내부의 블롭(the blob)에 의해서 망쳐졌다는 주장에 편승해, 미처 대상화되지 않은 잠재적 블롭 대상자들에게 대학 강연을 통해 비판을 가한다. 그의 비판은 이후 2018년에 “미국외교의 거대한 환상(The Great Delusion: Liberal Dreams and International Realities)”의 출판으로 현실주의는 민족주의와 함께 존재함을 강조하며, 왈트가 출판한 “미국 외교의 대전략(The Hell of Good Intentions)”에도 의견과 제안을 제시해 구체화된 블롭들에 비판을 가한다.



다음으로, 2001년 키신저의 저서에 관한 서평과 함께 그의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협적인 존재가 답이라고 내놓은 미어샤이머가 이제는 역으로 형체도 모호한 위협이 문제라고 역설한다. 미국이 유럽과 동아시아에 인공 젖꼭지(pacifier)를 물려 전쟁이 발발하지 않게 만들어준 것과 다름없는 예외적인 존재라고 말하던 이전의 모습과 비교해, 이제는 미국 내부인사들 다수가 위협을 말하니 모두를 위한 인공 젖꼭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국가에 가장 중요한 전력은 육군력이라고 보던 2001년 때와 달리, 2013년 남중국해의 인공 섬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해군과 공군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기의 이론을 재반박한다.

미어샤이머가 이러한 주장을 행한 이유가 두려움을 가지되, 타지역에 개입은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행했다는 변명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론이라고 역설하며 물질을 중요시 여겨온 그가 정신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이론을 깨는 것도 이론이라는 모순도 발생하고 있거니와, 그가 말하는 적정(滴定)의 위협감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는지에 관한 모호한 답변은, 그의 언행에 끊임없이 귀만 기울이게만 할 뿐이다. 즉,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위협과 문제점에 대한 정의를 규정지을 수 없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이전에 비해 빈약하고 단편적인 그의 저술 활동들은 상기 궁금증에 관한 답변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왈트와 함께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원용하는 학자들에 대한 비판을 가하기 전의 기고한 글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0년까지는 특정 주제에 많지 않은 변수들을 심도 있고 자신의 이론이라 칭하는 주장에 일정 정도 부합되게 주제를 다뤘다. 한편, 그 이후의 글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다분야에 논의를 짚어내 사변적인 비판만을 가하고 있다. 장르 불문 왕성한 저술 활동이 여러 기고문을 통해 이뤄지던 2000년대(2010년 포함)에 비해, 전문지에 올린 이전 글들을 스스로 재생산하고만 있었다.


https://brunch.co.kr/@belleatriz/28

https://brunch.co.kr/@belleatriz/27

https://brunch.co.kr/@belleatriz/26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