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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 Mar 21. 2023

마당은 놀이와 힐링의 공간

업어줄까?

아침마다 아빠와 언니들이 회사와 학교로 가고 나면, 엄마는 수돗가에서 설거지 빨래를 하고 나는 세발 자전거를 탄다. 길다란 마당은 꼬마가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기에 좋았다. 마당 끝에서 끝으로 쪼꼬만 발을 열심히 굴려서 혼자 이어달리기를  바퀴하고 나면, 먹은 아침식사는 이미 소화 .


언니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할일 없이 멍~ 때리는 막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엄마는 내게 묻는다 “오리떼기 만들어줄까?” 마다할리가 있나,, 마당구석에 있는 연탄 아궁이로 오리떼기(달고나)를 만들어주는 엄마 덕분에 나혼자만의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오리떼기는 국자 채로 들고 젓가락으로 돌려돌려 사탕처럼 만들어 먹는게 최고지.


시멘트바닥인 마당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갈라진 틈이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직사각형으로 나 있는 그 깨진 금은, 방놀이를 하기 위한 최적의 선이었다. 작은 언니는 학교에서 몰래 가져온 분필로 그 안에 선을 몇개 그려놓고 미취학아동인 나에게 방놀이 규칙을 알려주곤 했었다. 전날 언니가 그려놓은 선안으로 돌멩이를 던진후, 깬발(깨금발)로 뛰어들어간다. 그 순간은 금을 밟아도 괜찮다. 지지않는 무한반복의 게임을 시작한다.






나에게 마당은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힘든 회사일에서 돌아온 아빠는 낮에 간간히 생각났을, 자신을 똑닮은 막내를 업고 긴 마당을 두세번 왔다갔다 했다. 마루에 서서 "다녀오셨어요" 인사를 하고 나면 "업어줄까?" 라고 물어보셨다. 매일 좋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싫다고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집밖에서의 일상을 끝내고 오늘도 무사히 따뜻한 집으로 잘 돌아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루틴이었을까? 그 순간 아빠는 밖에서 일하면서 있었을 힘듦을 덜어낼수 있었을까? 나는 지금도 마음이 복잡하고 눈물날 것 같은 일이 있을 때 남편에게 업어달라고 청한다. 남편은 내 마음도 모른채 하루하루 무거워진다며 농담조로 투덜대며 금방 내려 놓으려고 하지만, 그 따뜻한 등에 기대어 있으면 내 모든 힘듦이 녹아없어지는 듯하다. 아빠도 그랬겠지,, 힐링되었던 거였겠지?


보잘것 없는 내가 아빠에게 힘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럽다. 꿈에서라도, 이젠 내가 아빠를 업어드리고 싶다. 한번도 전하지 못했던 말,,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보고 싶은 아빠,, 많이 고맙고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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