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알람에 일어나기
일을 잘하기 위한 첫 단추는 개운하게 일어나기다. 모든 일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데서 시작한다고 하지 않는가! 내 하루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부터 짜증이 범벅이면 하루종일 그 기분이 가시지를 않는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상쾌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가올 일들을 받아들이고 소화해낼 여유가 생긴다.
아침에 일어나는 패턴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알람으로부터 괴롭힘을 받다가 일어난 하루, 첫 알람에 바로 일어난 하루, 자연스럽게 눈이 빨리 떠진 하루다.
7시부터 5분 간격으로 30분까지 알람을 맞춘다. 7시에 울리는 알람은 못 들었다. 요즘 핸드폰은 어찌나 똑똑한지, 7시 알람을 못 들으면 계속 울린다. 3-5분 간격으로. 내가 그 알람을 끌 때까지 지독하게 울린다. 이때부터 상황은 대환장이다. 5분 간격으로 맞춘 알람과 내가 끄지 않은 알람이 1-2분 간격으로 번갈아 가면서 울린다. 그만 좀 울려라! 이 심정으로 벌써 미간에 주름이 팍 생긴다. 일어나서 보니 시간은 7시 25분. 출근 준비하기에 시간이 빠듯하다. 나는 왜 바로 안 일어났지? 도대체 알람은 언제부터 울린 거야? 아니, 안 울린 거 아니야? 이렇게 내 탓 남 탓을 다 하다보면 어느새 문을 뛰쳐나가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못다 깬 잠은 지하철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를 따라온다. 늦게까지 잤어도 계속 피곤하다.
7시에 맞춘 알람을 듣자마자 끄고 일어난다. 여유롭게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한다. 어젯밤에 계획했던 그대로다. 머리도 옷도 깔끔히 정리하고 문 밖으로 나선다. Englishman in New York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뛰지 않고 걷는다. 거기서 여유가 생긴다. 이렇게 걸어도 늦지 않는다는 여유. 누군가는 열심히 뛰고 있을 때 나는 뛰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 회사에 도착해서도 쫓길 일이 줄어든다. 텀블러에 물을 담고, 작은 간식을 준비해서 데스크에 앉아 일을 시작한다.
이 패턴은 내 라이프 스타일을 잘 알아야 가능하다. 나는 얼마나 자는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자면 가장 개운한가? 어떤 조건에서 자야 하는가? 아침에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할 때 설레는가? 아니면 내가 눈 뜨자마자 마주하기 싫은 상황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다보면 나한테 가장 최적화된 아침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답을 모르면 그저 회사 패턴에 나를 맞추게 된다. 나는 10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한다. 통근 시간이 편도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적어도 집에서 8시 30분에는 나가야 한다. 보통 저녁 7시, 야근하면 10시 반쯤 퇴근한다. 이 업무 시간만 알고 내 라이프 스타일을 모르면 2-3시에 잠들고 8시에 일어나서 씻고 뛰쳐 나가기 바쁘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살게 된달까.
최소한 5-6시간은 잔다. 따듯한 핫팩을 이불 속에 넣고 잔다. 아침밥을 꼭 챙겨 먹는다. 아침밥을 전날부터 기대하며 잠든다. 아침에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노래를 들으며 샤워를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버스 탈 거리를 걸어간다. 내 라이프 스타일은 이렇다. 이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면 자연스러운 모닝 루틴이 구축된다.
최소 수면 시간을 챙기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많이 하지만, 알고 보면 하면 안 되는 일들이 많다. 다이어트 한다고 무작정 굶기 같은 일 말이다. 일 혹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피곤한 상태를 만들기? 이건 정말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작심삼일도 못 채우고 그만두기 십상이다. 자기 전에 책 읽기? 책을 읽다가 스스르 잠이 오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종이책을 불 켜고 읽는다면 불이 켜진 채로 푹 잠들지 못할 수 있다. 심지어 방이 밝아서 아침이 온 줄도 모르면 최악이다. 전자책을 핸드폰으로 읽는다면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핸드폰이 방전될 수 있다. 소리 지르면서 시작하는 하루는 덤이다. 이걸 어떻게 아냐면, 다 해봤기 때문이다. (웃프다., 지난 날의 나,,)
꽤 괜찮은 방법은 계속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다른 말로 지속가능하다.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는 방법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날씨를 잘 느끼기다. 나이가 들수록 행복한 사람은 날씨의 변화를 잘 안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다. 꽃봉오리가 맺히는 장면, 낙엽이 물드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알아차리는 사람은 내 몸이 변하는 흐름도 잘 안다.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면 비염이 다시 온다! 낙엽이 물드네? 서랍에 넣어둔 핫팩을 저녁에 꺼내야지! 오늘 하늘이 회색빛인 게 꼭 내일은 비가 오고 춥겠다. 옷을 든든히 챙겨야지. 이런 알아차림이 쌓인다. 그러면 나를 더 섬세하게 챙길 수 있다.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나는 기반이 된다. 그래서 암막 커튼을 쓰지 않는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잘 느낄 수 있다. 걸을 수 있다면 많이 걷는다. 버스, 지하철, 심지어 자전거로 지나갈 때보다 더 자세하게 날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건강 측정 앱을 써보기다. 수면, 체중, 걷기 앱을 쓰고 있다. 걷기는 핸드폰에 기본적으로 있는 건강 앱이어도 충분하다. 체중은 체중계에 연동된 앱으로 확인한다. 피곤이 누적되면 근육량, 지방량, 체중이 변한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피곤해야 수치가 변하는지 모른다. 차차 기록이 누적되다보면 수치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며 내가 요즘 피곤한 줄 몰랐는데 몸에 피로가 쌓이고 있다는 걸 잡아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면 측정 앱도 무료 수준이면 충분하다. 몇 시에 자서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야 REM 수면을 비롯한 전체적인 수면 점수가 높은지 확인한다.
세 번째는 내일 아침에 기대되는 일 만들기다. 전날 밤 유튜브를 계속 보고 싶은 유혹을 이길 정도로 기대되는 일을 품고 자는 거다. 내게 따듯한 겨울 핫초코가 그렇다. 시린 아침에 컵에 핫초코 가루를 붓는다. 그 위에 우유를 따르고 2분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흰 우유가 점점 녹진한 갈색으로 변한다. 코부터 녹여주는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퍼진다. 손으로 컵을 감싸쥐면 손끝부터 따듯해진다. 그대로 한 모금을 마시면 온몸으로 따스함이 퍼진다. 밤새 푹 자고 일어나 이불을 박차고 나왔을 때 갑자기 느껴지는 추위를 녹이는 리추얼이다.
마지막은 최고 레벨이다. 이 정도면 이미 일잘러, 그 이상의 경지에 올랐다. 피곤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 시간이 하나둘 쌓여서 큰 보람이 된다. 갓생 사는 삶이 이런 게 아닐까. 간혹 날씨가 아주 좋고, 기분이 좋고, 일이 잘 풀리는 시즌에 이런 날이 오기도 한다. 매일 이런 삶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