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소설을 형식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어떨까.
작품의 구조와 서술 방식이 가장 인상적이다. 에필로그 제외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장의 화자가 모두 다르다. 이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 1장은 동호가 총에 맞은 다음 날인 80년 5월 21일부터 시작해 과거로 가기도 하는 등 단순하지 않은 플롯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그리고 보통의 소설은 1인칭 혹은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이 직접 등장하지만, 이 책은 ‘너’를 바라보는 화자가 따로 존재한다. ‘너’의 발자취와 심리를 따라가고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작중 인물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는 더 나아가 마치 내가 그들을 알던 친구나 이웃처럼 느끼게 만든다.
예외로 2장에서 ‘나’의 시점이 잠깐 등장하는데, 이 ‘나’는 죽은 정대의 영혼이다. 그는 자신이 왜 죽었고 누나는 어디 있을지 생각한다. 이런 서술은 정대의 죽음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기억들을 기록하는 ‘나’의 노력이 밝혀진다. 이는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두 발로 직접 뛰어다니는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이다.
2.
육체의 죽음 이후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영혼은 존재할까. 소설에서 ‘혼’이라는 단어와 그것의 실제 묘사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1장의 화자인 동호는 ‘만약 인간에게 혼이 있다면 육체의 소멸 이후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증을 갖는다. 군인들의 폭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사람들. 그리고 남은 그들의 수많은 육신.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 기계처럼 그 몸들을 열십자로 차곡히 쌓아 태워버린다. 몸에서 빠져나온 혼들은 시신 곁에서 머물며 부패해 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본다. 몸이 모두 사라지면 자유로워지는 걸까. 그러나 혼과 혼 사이는 단절되어 있고 살아 있는 사람과의 대화 역시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배회하며 떠나지 못한다.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은 혼들이 자신들을 죽인 권력과 맞서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답답함과 허무가 느껴진다. 이미 죽은 소년은 제목처럼 올 수 없는 존재가 됐지만, 혼으로, 지금의 우리가 호명하면 오는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부조리한 현실이 참혹해도 사랑의 길은 있다.
3.
소설을 읽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한강의 저작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역사적, 정치적 견해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에 더 넓은 시야로 인간 본연의 모습과 상처를 깊숙이 응시한다.
이 책의 감각적 문장과 강렬한 이미지는 인간 영혼이 느끼는 고통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한다. 깜깜한 도로의 흰색 선을 따라 걷는 주인공 임선주. 민주화 운동 이후 끝없는 고통을 겪으며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어둠을 헤쳐나간다. 이는 자신을 끝없이 괴롭히는 사실에 대한 저항이며 삶에 대한 집착이다. 이는 결코 극복이 아니다. 알베르 카뮈의 사상과도 맥이 닿아있는 것 같다. 부조리는 극복할 수 없다. 그저 감내하고 반항하는 것이다. 어둠 속의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나아가는 태도는 가히 존엄하고 숭고하다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처럼 소년은 지금도 오고 있고, 우리의 곁에 있다.
이 걸출한 책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서인증제 필독서 리스트 100에 없는 책이라 학교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게 아니기 때문에 평가위원의 코멘트가 따로 없다
그리고 책들이 수상 이후로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품절대란이라는데 좋은 현상인 거 같다.
구매 후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들이고, 책을 사는 거부터 독서의 시작이니까!
근데 이게 혹여 재테크나 사재기처럼 변질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약간은.. 그렇게 되기 전에 많이 많이 찍어주세요 출판사님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