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먹고 자고 책을 읽고 지루한 학교 강의를 듣고 온갖 몽상에 빠지고… 이것들 모두가 유전자의 명령 때문에 하는 행동에 불과했던 것인가? 결국은 종족 번식을 위해? 그럼 모든 게 부질없는 것 아닌가? 인간의 존엄성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 책을 읽고 한동안 허무주의 빠졌었다. 그러나 이후 거듭 곱씹어본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고 큰 위로를 받았다. 도킨스의 이론은 그저 ‘과학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일단 내가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았다.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는 인문학뿐 아니라 과학적인 발견과 지식도 중요하구나. 내가 뭔지 알았으니 삶의 의미는 그다음부터 만들어나가면 된다. 나에게 달렸다. 나의 본질은 유전자가 아니다. 유전자는 나의 모든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도구도 아니다. 도킨스 또한 덧없는 숙명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로써 우리의 삶이라는 것, 우리의 존재가 외롭지는 않다.
2.
유전자의 관점에서 본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식세포의 크기 차이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양육투자의 상대적인 차이를 따져서 투자를 많이 하는 성은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며 투자를 적게 하는 성은 짝짓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대부분 전자는 암컷이고 후자는 수컷이다. 단 해마는 그 반대다. 암컷은 조신형과 경솔형이 있으며 수컷은 성실형과 바람둥이형이 있다. 하나의 개체 안에 이 두 가지의 형질이 공존한다. 내 안에도 성실한 면과 바람둥이 적인 면이 있다니. 괜히 불륜 막장드라마가 계속 생산, 소비되는 게 아닌 건가. 구애 활동의 경우 결혼 상대자나 장기적 연인 상대를 구할 땐 양성 상호 선택, 일시적인 상대는 주로 여성이 남성을 선택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헌팅 문화가 왜 그런 식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것이 사랑일까? 사랑의 감정도 결국 유전자가 조종하는 거였다니. 놀랍고 씁쓸했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거다. 우리 인간이 알맹이 위에 무언가를 더 얹어서 있어 보이게 만들어낸 것일 뿐.
3.
도덕법칙과 복지제도는 이기적 유전자의 폭정에 대한 저항일까?
영국에서 구빈법이 만들어질 당시 일부 사람들은 개체 간의 생존 경쟁을 통해 종이 진화하는 것인데, 생존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까지 사회가 껴안고 가면 종으로서 인간이 퇴보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반대했다. 인간은 인간 스스로 설립한 규범과 도덕법칙과 제도에 따라 살아간다. 현재까지 이런 종은 없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에게는 잔혹하고 어두운 면만 있는 것 같지만 희망적이고 밝은 면도 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도태시키는 것이 ‘유전자의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우리는 유전자가 부여하는 명령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따라서만 살아가는 존재 또한 아니라는 걸 다양한 제도와 도덕법칙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린 이성과 공감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도 얼마나 큰 아픔을 겪는지 느끼고 나눌 수 있다.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느끼는 길에 동참하는 것.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평가위원님의 코멘트
: 내용과 본인의 사유가 섞여있어 다소 아쉬운 지점이 있었으나 책을 읽은 것으로 추정하여 합격을 주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