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조 Jan 06. 2023

나의 연인들에게

thanks to X

한때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이제 내 곁에 없다.

그래서 이 글은 그들에게 가닿을 리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그들에게 보낸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고마운 그들에게.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안녕, 잘 지내고 있나요?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찾아왔네요.

새해에는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을 보내길 바랄게요.


당신의 소식은 sns를 통해 지인들을 통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걸 즐거이 하고 있다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꽃길을 걸었다고

똑 닮은 예쁜 아이들과 웃으며 지내고 있다고요.

참 다행이에요.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담하지만 독립해서 살고 있고

하고 싶었던 걸 해봤고 하고 있고

취향대로 잘 먹으면서 말이에요.

아, 물론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 모두 당신들 덕분이에요.

보냈던 시간

나눴던 대화

남기고 간 질문들이 나를 다듬어주었거든요.




첫 연애, 참 짧았죠.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건네고 돌아서는 모습을 봤던 그때.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군 복무 2년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대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거든요.

그 기대감이 원동력이 되어서 난관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운전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차로 왕복 2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일주일에 몇 번씩 가곤 했잖아요.

그러고 보니 나한테 났던 차 사고들도 다 그때였던 거 같아요.

많이 놀랐었죠? 운전도 서툴렀네요.

그때부터 안전운전에 더 신경 쓰게 되었어요.




동갑이니 말 그대로 친구이자 연인이었죠.

거기에 같은 일까지 하고 있었으니.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추진력 덕분에 유럽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죠.

사진으로만 보던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주했을 때의 감격이란.




조금은 다른 의미로 대화 스킬을 넓힐 수 있었어요.

대화가 안 통한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거든요.

나름 자신했는데 역시 자만은 금물이었던 거죠.

그래도 덕분에 마음의 그릇을 키울 수 있었답니다.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느끼고 얻고 배운 게 참 많거든요.

나의 한계를 스스로 단정 짓지 않게 해 주어 고마워요.

세상을 단면으로만 보지 않게 해 준 것도요.

취향을 더 확고히 하고 미처 몰랐던 취향을 알게 한 것도.

이 모든 걸 토대로 대화가 잘 통하면,

나이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까지도요.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대요.

모두 고마워요.

부족하고 서툴렀던 나를 아껴주고 멋진 추억과 경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어서.

행복했어요.

그대들도 더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우연히라도 마주친다면 이 한마디는 건네고 싶네요.


"고마웠어요."




모든 만남이 그렇듯 언젠가는 어떤 모습으로든 이별을 맞이한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온 것처럼.

그렇게 나에게도 만남과 이별이 있었다.

그 이별이 그들에게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이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기에.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며

그들에게 고마웠다 말하고 싶다.

그대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노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 속에 남긴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