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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기종기 May 05. 2023

어린이날에도 출근하는 아내의 직업은 공무원

지역 행사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지금은 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8시. 어린이날 행사 준비를 위해 7시 반까지 출근해야하는 아내를 차로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막 컴퓨터를 켠 상태다. 밖에는 기상청의 예보대로 굵은 비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아내가 있는 부서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아 10시부터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지역 행사를 개최한다.


 아내가 담당자는 아니지만 아내가 속한 팀에서 주관하는 행사라 아내 역시 다른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몇 주동안 행사 준비를 위해 밥먹듯이 야근을 했다. 일찍 들어오면 8시, 조금 늦어진다 싶으면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아내는 처음엔 퀭한 얼굴로 들어오자마자 곯아떨어졌는데, 이제는 야근에 익숙해진 탓인지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도 줄넘기를 하고, 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는 마음에,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자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아내는 무언가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피곤한 것보다 하루 종일 일 말고 다른 것을 하나도 못했다는 억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라고 쓸쓸히 대답한다.


 아내가 한 말의 뜻을 나 역시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아픈 가슴이 더더욱 쓰라려 왔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여전히 공무원이란 직업에 대단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워라밸이 지켜지는 환경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퇴근 후에 함께 장을 보고, 저녁을 먹고, 산책을 다니는 그런 평범한 삶을 말이다.


 그런데 이 별것 아닌 삶을 사는 게 어쩜 이리도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그나마 이번 행사만 잘 끝내면 다음주부터는 야근도 안하고 휴가도 하루이틀 쓸 수 있다고 한다.


 다음주엔 아내와 함께 평일에 휴가를 쓰고 어디든 하루쯤 즐겁게 놀러 다녀와야겠다.


 아무튼 이왕 고생해서 준비한 아내 부서의 어린이날 행사가 별다른 차질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를 비롯한 아내 부서 동료들의 오늘 하루가 비록 힘들기는 해도 허탈하거나 불쾌하지는 않은, '공무원으로서 뿌듯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Tvn 드라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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