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옹기종기 Nov 05. 2023

공무원이 된 덕분에 깨달은 것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니체의 격언이 하나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꽤나 심플한 내용의 한 문장이지만, 삶이 힘들 때마다 저 문장을 머릿 속에서 되뇌이면, 거짓말처럼 저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 놀랍게도 거짓말 같이 내 삶을 다 집어 삼킬 것만 같던 그 온갖 고통들이 저 깊은 심연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도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고통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한 나를 되돌아 보며, "아 그때 그 일을 안 겪었으면 어쩔 뻔 했어." 하며 지나간 고통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까지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뒤통수를 얻어 맞아가며 겨우겨우 버텼던 3년간의 중학교 생활도, 잠시나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될 정도로 힘들었던 2년간의 군 생활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했던 첫 번째 공무원 수험 생활도, 이제는 모두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요즘 들어 더 자주 느끼는 '공무원으로서의 삶'에서 비롯 되는 수많은 고통들 역시 위에 나열한 삶의 수많은 고통의 순간들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선택한 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너무나 운이 좋게도,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높은 연봉을 주고,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직장 문화와 유능하고 우수한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매우 효율적이고 진취적이기만 한 직장이었더라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나는 지금 현재의 나보다 훨씬 더 '나약'하고, '안일'하고, '거만'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26살의 대학생이, 공무원이 된 이후로 매년 벌어지는 친구들과의 소득 격차를 통해 '돈''자본주의'의 무서움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배워가고 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월에 4,5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아가는 비양심적인 몇몇 선배들을 보면서,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으며, 남을 위해 최선을 다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결코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사실'도 하루하루 깨달아 가고 있다.


 일을 못하면 경력이 짧든 길든 무조건 무시 당한다는 것도, 별 생각없이 내뱉은 사적인 이야기들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가십 거리로 값싸게 소비되어 버린다는 것도, 내가 만약 '공무원'이 아닌 다른 일을 업으로 삼았더라면 결코 알 수도, 배울 수도 없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이전의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나를 찾아왔던 수많은 고통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된 사실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려 한다.


 공무원이라는 조직 속에서 느껴지는 그 형용할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과 불편함이, 또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공무원이라는 단 세 글자로 규정 되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거부감이,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노력하게 만들 것이다.


 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고통을 지렛대 삼아 누구보다도 '공무원 같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한 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이 조직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진 않을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D


 * 배경 출처: pixabay 무료 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