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비참하게 느껴질 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던 때가 있었다. 1일 1블로그를 하겠다는 다짐으로 주제가 무엇이 됐든 무조건 하루에 하나 이상의 글을 써 블로그에 올렸다.
오랜만에 그때 쓴 글들을 읽어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보고 나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다가, 또 의외로 번뜩이는 문장을 발견하고 '내가 이런 표현을 썼었다고?'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도 된다. 글의 퀄리티나 내용을 떠나 그때의 나는 이 글쓰기란 행위에 참으로 몰입하긴 했던 듯하다.
요즘 들어 문득 그때가 꽤나 그립게 느껴진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꽤나 '무의미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휴직하고 글 쓸 거리가 없어졌단 이유로, 재테크 혹은 이직 공부를 해야한단 이유로, 어쩌면 내 삶의 '유일한' 생산적 활동이었던 글쓰기를 너무 소홀히 하고 살아왔다. 마치 날씬했던 20대의 나의 몸에 조금씩 아주 천천히 지방이 쌓여 지금 30대의 몸이 된 것처럼, 게으름이란 도둑이, 또 귀찮음이란 도둑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가장 소중한 행복을 몽땅 훔쳐가버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끼는 거지만, 결국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삶만큼이나 비참한 삶은 없는 것 같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무의미한 의사소통과 서류 작업만 하루종일 하다가, 멍한 표정으로 유튜브 채널이나 뒤적이다 잠드는 '지금의' 내 삶을, 과연 살아있는 삶이라 할 수 있을까.
다시 생동감 있게 살아보고 싶다. 오늘 간만에 쓴 이 글이 그 삶의 새로운 시작이기를 바래본다.
* 사진 출처: 영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