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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Jul 28. 2024

저는 '신입 킬러'였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자가 권력을 가지면 벌어지는 일

입사 2년 만, 연봉이 세 배로 뛰다


투자 유치 직 후, 제 연봉은 입사한 지 2년 만에 3배로 뛰었습니다. 월 150만 원으로 시작했던 제 월급은 어느새 월 450만 원에 가까워졌죠. 이 정도의 연봉 상승은 제가 기대했던 바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것도 20대 중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찍어 본 인생 연봉의 고점이었기에, 당시 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상상과는 매우 달랐던 현실감에 저는 쉽게 도취되었고, 한동안 연봉 6천만 원이라는 숫자에 취해 욕심이라는 숙취를 계속해서 풍기고 있었습니다.





신입 킬러


회사는 예정대로 성장을 위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약 10명의 팀원과 함께하는 팀장이 되었습니다. 관리자의 역할이 처음이었던 저는 실수가 많았습니다. 팀원 10명을 모두 케어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죠.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이 또한 견뎌내고 성공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바람을 넘어선 욕심은 독한 술냄새처럼 강한 체취를 풍겼습니다. 타이트한 업무 강도와 냉소적인 피드백으로 얻은 성장통, 제가 지난 2년 동안 경험한 그대로를 팀원들에게 고스란히 이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반년이 채 되지 않아 팀원 수는 5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제 팀에서는 유독 퇴사와 팀 이동이 잦았습니다. 어느새 저는 회사 내에서 "신입 킬러"라는 별명을 달고 있더라구요. 팀을 관리한다는 것은 제가 겪어본 시행착오와는 또 다른 결의 시행착오였습니다. "신입 킬러"라는 제 별명이 회사 곳곳에 퍼져있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성공이라는 독한 술을 껴안고 욕심이라는 숙취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제가 굉장히 감정적이고 고집이 강한 면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팀이 생기고 6개월 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제가 얼마나 미숙하고 모자란 리더인지를 깨닫게 되자, 제 자신감은 한없이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퇴사를 결심하게 되죠. 대표와 주변의 동료들의 만류로 사직서는 서랍에 잠시 넣어두었지만, 제가 또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습니다.



성공이라는 밑 빠진 항아리의 독주


성공에 도취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보지 못하고 과신하게 되는 단계가 무조건 찾아옵니다. 그 단계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성공은 밑 빠진 독에 가득한 술과도 같아서 마셔도 마셔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주량을 초과해서 숙취에 절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떠나버렸 때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행히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명심해야할 한 가지가 있어요. 현재의 성공은 과거 시제의 성장 중 일부일 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저는 이때의 경험을 통해 성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성공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성장은 지속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알면 알수록 효능감은 훨씬 더 높아지죠.




권력을 쥔 사람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바네사 존스가 쓴 책, 『당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다』에서는 권력을 지닌자의 특징을 이렇게 말합니다. 


'권력을 지닌자는 자신의 영향력을 굉장히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상대방이 느끼게 될 압박과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 

'권력을 지닌 이들은 자신이 가진 책임감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다가오는 기회를 탐하기 쉽다'


  그 시절, 저는 팀장이라는 권력을 잡고 제 언행이 팀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책임감을 느낄 때마다 숨막혀 오는 압박감에 시달렸구요. 그래도 성과는 내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기회를 탐닉하고 채찍을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미 권력을 잡은 후에는 자신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팀원들에게 얼마나 압박으로 다가올지 자각하는 일이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권력이 주어지기 전에 꼭 한 번은 그 권력에서 오는 책임감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자신에게 자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성공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팀과 함께 이루는 성장의 일부입니다. 팀원들의 성장을 도와주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 되겠구요.




여러분이 만약 팀장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팀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요?

현재 자신이 팀장이라면, 본인은 자신의 권력에서 주어지는 책임을 잘 통감하는 팀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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