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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약

<본능적 연출> 에필로그

by 정영택

이 연재글은 출간 예정 도서 《본능적 연출》의 일부입니다.



연출은 어렵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다룬 내용 가운데 새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 이미 우리 모두가 가지고 태어난 본능이기 때문이다. PD를 꿈꾸는 학생들도, 현장을 뛰는 실무자도, 초등학생인 내 두 딸도, 이 글을 쓰는 나도 모두 같은 원리와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뿐, 우리는 모두 잠재적 연출자다.

이 책이 <매트릭스>의 빨간 약이 됐으면 좋겠다. 네오가 빨간 약을 먹고 매트릭스에서 깨어났듯, 본능의 원리를 알게 되면 연출자로 새롭게 눈을 뜰 거라 믿는다. 그리고 깨달은 자인 네오가 매트릭스 안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듯, 실무 현장에서도 본능을 깨달은 자로서 원하는 대로 연출에 응용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연출자가 아니더라도, 본능의 원리를 알게 된 후에 보는 영상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연출자가 왜 이런 샷을 선택했는지, 빛과 색은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배우의 움직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러 가지가 이전과는 새롭게 다가올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책 한 권 털고 나니 감상에 빠져봐야겠다. 그래도 되겠지. 다들 ‘나 같은 분노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 책을 썼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꼭 나빴던 것도 아니다. 늘 그렇게 아팠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해올 수는 없었겠지. 그런 시간은 긴 제작 과정의 한 점일 뿐, 나머진 그리울 만큼 좋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있어서 감이 아닌 기준을 고민하고, 본능을 찾고, 전공도 아닌 심리학 문헌들을 떠들어 볼 수 있었다.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분노가 아닌 지적 호기심으로 움직일 만큼 녹록한 생활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 덕분에 생각한 적도 없는 세 번째 책의 에필로그까지 쓴다. 견디기 힘들었던 그 모든 일들이 다 이렇게 되려고 존재한 것만 같다. 행운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운명이란 게 있다는 것도 조금씩 느낀다. 그리고 이 무거운 책을 읽어주신 여러분과도 함께 연결되었음을 느낀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분명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좋은 시간이든 힘든 시간이든 눈처럼 쌓여 결국 반짝반짝 빛나리란 것을 믿는다.


모두 행운을 빕니다.



연재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본능적 연출>의 예약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링크를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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