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록 두 딸의 엄마이지만...
딸만 둘이라 어깨가 떡 벌어진 늠름한 아들들이 주는 느낌은 얼마나 특별할는지가 언제나 궁금하다. 그러니 아들을 군대로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 것인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주변에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지인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애틋하겠다 생각은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일뿐 무덤덤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물론 무사히 복무기간을 잘 마치고 돌아오길 마음으로 바라긴 하지만 말이다.
며칠 비바람에 스산하던 하늘이 맑게 열린 오늘 내가 참 좋아하는 언니를 만났다. 일전에 나의 브런치스토리에 내게 손글씨 편지를 적어 보내준 마음이 깊은 사람으로 소개가 된 적이 있었던 언니인데( https://brunch.co.kr/@81cfa69d5ccf46f/55 ), 거의 반년 만에 다시 만났다. 전에 만났을 때도 언니가 쓴 홈스쿨에 관한 책을 선물로 받았는데, 오늘도 언니는 자신의 새로 나온 책을 선물로 가지고 왔다. 오래전부터 번역서를 출간해 왔던 언니는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로 한 이후로는 개인 출판사를 만들고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본인이 스스로 하고 있다. 벌써 세 권의 책을 출간했고 곧 네 번째 책을 출간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 중이라니 늘 존경해 마지않는 언니이지만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니가 나에게 선물로 가지고 온 세 번째 책은 <군대 가는 아들을 위한 기도>이다. 손에 쉽게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로 만들어진 책 안에는 군입대를 앞둔 아들, 군 생활 중인 아들들을 두고 노심초사하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마음을 40일간 기도로 채울 수 있도록 상세한 기도제목과 기도문이 기록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을 오늘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책의 출간 소식을 듣던 즉시 내돈내산으로 재빨리 구입해서 그 당시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마음 허전해하던 친구에게 손으로 쓴 엽서와 함께 부쳐 주었고 친구는 기도문을 따라 기도하면서 변함없이 아들을 돌보시는 하나님 안에서 위로를 받았노라 답을 보내왔다. 그리고 뒤이어 또 아들을 군대로 보내는 지인에게 마찬가지로 이 책을 선물하면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아들이 없는 나에게 이 책은 사실 그런 용도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았다. 여러 권 준비해 놓았다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사람들이 있을 때 선물로 보내주는...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할수록 참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이 책을 쓴 언니의 상황이었다. 언니는 나보다 더 한 것이, 딸 만 셋을 두었다. 어떻게, 어쩌자고 이 언니는 자신과 상관없는 군대 가는 아들을 위한 기도책을 쓰게 되었을까? 평소에 다양한 사람들과 영역을 위해 기도하는 언니이기에 언니의 기도가 거기까지 미치게 되었구나 생각은 했지만 책까지 내놓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를 만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이 배달되어 온 책의 서문을 통해 충분한 답을 얻을 수가 있었다.
서문에서 언니는 이렇게 쓰고 있다.
"저는 아들이 없습니다. 딸만 셋 키워 분홍빛 육아만 했습니다. 딸만 키웠기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에 비해 수월한 면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 딸만 키운 엄마이지만 한 번도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우리 딸들도 결혼을 할 텐데 미래의 사위들을 생각하면 마치 나에게도 아들이 존재하는 것 같이 여겨져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애썼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군입대가 의무인지라 아들을 둔 부모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고, 기회가 될 때마다 고맙다고 말로라도 표현을 하곤 했습니다....
... 아들을 군대에 보낼 예정이거나 이미 보내신 한국의 어머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 모두가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감사의 마음과 기도제목들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노심초사하실 어머님들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전후 70년이 넘는 지금까지 남북이 긴장가운데 대치하고 있고 그로 인해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누군가 때가 되면 당연히 군인으로 복무하기 위해 일상을 내려놓는 일이 과연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언니의 서문을 읽으면서 내 경험치를 벗어난 일에 대해 참으로 무지하고 무심한 나를 보게 되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었다.
그 찬란하고 이름다운 청춘의 한 시기를 나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청년들이 때로는 우리의 아들로, 사위로, 이웃으로 나와 연결이 되고 그들의 안전이 나의 안전으로 연결된 세상에 살아가는 이상, 그들의 노고와 그 부모님들의 눈물이 결코 남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작은 책을 통해 그제야 내 마음에 와닿았다.
오늘 선물 받은 책에는 언니의 저자 친필 싸인이 적혀있다. 그러니 이 책은 아들을 군대 보내는 다른 지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이제 나로 꼼꼼하게 읽고 전에 없던 마음으로 우리 모두의 아들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내 손에 고이 주어진 것이다.
언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첫 장을 펼치고 맨 처음 기도문을 읽었다. 아들의 입영통지를 받은 어머니들을 위한 기도였다. 아들의 입영통지를 받는 경험 그 자체는 나에게 생소한 것이지만 기도를 통해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며 이때를 받아들이는 어머니들의 마음 안으로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언제나 기도가 가르쳐주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그 순간만큼은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도는 내 마음 안에 메마른 사랑의 불을 지피고 사랑은 또 다른 기도의 필요를 발견하게 한다. 그래서 기도는 놀라운 사랑의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기도하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려면 기도해야 한다는 이 단순하면서도 거짓 없는 원리를 낯선 타인처럼만 느껴지던 아들이란 존재와 그들의 어머니들을 나의 기도의 공간에 초대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언니의 작은 책자는 그렇게 낯선 이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무릎으로 기록한 열매여서 더욱 값지다. 그 귀한 열매를 들고 오늘 나를 찾아와 준 언니로 인해 감사하고 다시 한번 우리의 소중한 아들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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