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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0. 2024

친누나가 결혼을 한다는데

친누나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것도 결혼식 날짜도 잡고 본격적으로 결혼을 할 모양이다. 나는 이렇게도 불안하고 불안정한데 나보다 두 살 많은 친누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한다고 한다. 물론 나이차가 많이 나서 그렇게 부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을 찾았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을지언정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찾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그래서 그런지 친누나의 결혼 소식이 터무니없게 들리긴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식 날짜를 다 잡아두었기 때문에 올해 중으로 상견례를 해야 할 때 나도 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이고 옷도 기죽지 않게 멋진 옷을 입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신혼집을 구해서 그 집에서 한동안 살다가 주택 청약으로 집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몰랐지만 누나가 주택 청약을 10년 이상 부었다고 이야기를 해줬을 때 이 사람은 미래를 그리는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이야기라서 주택청약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나는 오래전부터 매달 10만 원씩 차곡차곡 주택청약에 돈을 넣고 있었다고 했다. 그 사실을 듣고서는 아,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마저 했다. 나는 미래 따윈 없고 이렇게 살다가 죽어야지 뭐라는 생각으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인생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와 대책을 하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서는 누나가 참 이기적일 만큼 준비를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참 아프면서도 가볍다. 엄마 혼자 살게 될 집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들어가서 살자니 밤낮이 정확히 바뀌어버린 나의 생활패턴을 엄마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내가 그 집에 들어가서 사는 순간 엄마는 입을 다물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누나가 아닌 나에게는 모든 말, 무슨 말이라도 편하게 할 줄 알았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던 것 같다. 눈치를 보고 속으로 화를 쌓아둔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굉장한 노력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너무 머리 아픈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정말 터져버릴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과 내가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의 진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친누나의 결혼 소식과 혼자 남겨질 엄마의 처지 그리고 내 입장과 내 처지까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어버리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죽는 게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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